[협력동반자 '한국-중국'] "이웃나라" .. '정상회담 대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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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과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은 12일 낮 베이징 인민대회당북대청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참석한데 이어 동대청 부속실인 북소청으로 자리를 옮겨 단독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담은 당초 오전 9시40분(현지시간)부터 10시25분까지 45분간이 예정됐으나 무려 55분을 넘겨 11시20분쯤 끝났다. 이 때문에 확대 정상회담도 옆 동대청에서 11시25분에 시작돼 12시15분까지이뤄졌다. 임동원 외교안보수석은 "화기애애하고 허심탄회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런대화를 나눴다"며 "두 나라와 한반도 주변 문제, 장기비전 등 전반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단독회담에서 두 정상이 나눈 대화를 임동원 외교안보 수석의 설명을 토대로 재구성한다. 장 주석 =우리 두 사람은 나이가 같지만 알아보니까 김 대통령이 나보다8개월 위인데 오히려 젊어 보입니다. 중국 말에 "뜻이 있는 분은 반드시 그 뜻을 이룬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김 대통령을 두고 한 얘기 같습니다. 김 대통령 =외국인을 만날 때마다 나이가 젊어보인다며 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나는 40년간 독재정권과 싸우면서 다섯번 죽을 고비를 넘겼고, 10년 망명생활을 하는 동안 늙는 것도 중단돼 늙지 않은 것 같다고 얘기합니다. 지난 6년동안 한.중 수교후 경제통상 분야에서의 발전을 평가합니다. 21세기 협력동반자관계로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세가지로 첫째 경제교류뿐 아니라 문화 환경 인적 청소년교류 등 모든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국가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한반도는 분단상태로 군사적 대치상황에 놓여 있는데 중국은 한반도 평화유지와 당사자 해결원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반도 긴장완화에 기여해야 합니다. 셋째 21세기는 세계화 시대로 어느 나라도 고립되어서는 살 수 없습니다. 한.중은 이웃나라로 더욱 가깝게 지내는 것이 시대적 요청입니다. 아시아 금융위기는 아시아에만 국한되지 않고 세계 각국에 파급되는 등 세계화의 다른 한 측면을 느낍니다. 이런 의미에서도 공동 대처가 필요합니다. 장 주석 =동의합니다. 김 대통령께서는 중국사람들의 오랜 벗입니다. 재야시절 세차례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때 만나뵙지 못했지만 김 대통령께서 한.중관계에 관심과 기대를 갖고 계신 것에 대해 평가합니다. 특히 대통령 취임이후 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한.중 발전에 상당히 노력하신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 두 정상이 높은 산에 올라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동반자관계를 설정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동북아 안정과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양국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1세기 협력동반자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합니다. 공동성명을 통해 21세기 발전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양국의 이익이 될 것입니다. 김 대통령 =(대북 3원칙과 햇볕정책을 설명한뒤) 세계 모든 나라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도 우리의 이러한 대북정책에 호응해 나오기를 바라고 있으며 중국의 협조가 중요합니다. 중국도 적극 협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 주석 =남북문제를 솔직히 말해줘 감사합니다. 한국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평가합니다. 북한이 민간교류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관계개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징후로 보입니다. 한국이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잘한 일이며, 중국도 환영하면서 이를 주시하겠습니다. 북한에 불어오는 바람이 따뜻한 바람이 아니고 차가운 바람이면 코트를 벗지 못하고 옷을 여미게 될 것입니다. 대북접촉은 인내심을 갖고 북한을 자극하거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너그러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국도 나름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