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시아 성학회' 특별칼럼] (44) '한국여성의 성'

한국에서 여자의 성은 처녀성을 숭배하거나 윤락녀를 다루는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처녀들의 저녁식사"라는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이 영화는 29세 된 미혼녀들의 성에 대한 욕구를 묘사한다. 자신과 결혼을 원하는 남자를 만나려 애쓰는 호텔 여종업원, 열정적인 만남들로 삶을 엮어가면서도 결혼이라면 고개를 흔드는 건축사, 이런 친구들에 의해 항상 영향을 받으며 성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대학원생. 그들의 자아찾기는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랑과 성, 그리고 결혼 등의 문제들과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여성들이 자신의 성을 발견하는 일에 적극적이고 그런 욕망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서 짜릿함을 느꼈다. 이 영화속의 마지막 장면에서 오르가슴에 도달하려 애쓰는 남자는 그 위에 앉은 여자들에 의해 "먹히는" 몸뚱이로 전락하고 만다. 그동안 대부분 한국 에로영화에서는 남자들이 자신들의 "억제할수 없는" 욕망을 발산하고 그들의 솜씨를 증명할때 여자는 단순히 고통스런 신음소리와 비명을 질러왔다. 이런 획일성은 여성 오르가슴의 실체를 외면해왔다. 남성들이 성에 대해 갖고 있는 압박감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발견된다. 한국인의 식탁에는 알게 모르게 정력제들이 올라와 있다. 한국남성은 정력을 강화시키는 음식이나 약제를 구하기 위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이런 관심은 한국에서 비아그라의 확실한 시장성을 보증하고도 남음이 있다. 내가 근무하던 홍콩주재 한국인 사무실에서 내 상관은 책상위에 놓인 정력제 "인디안오일"의 병과 설명서를 재빨리 치우며 "한국에 있는 친구가 구입해달라고 부탁해 산거예요. 나를 위해 산게 아니에요. 나는 그것들을 사용하지 않아요"라고 설명했다. 침실이란 현실적인 수준에서조차 문화적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닌가. 또 작년에 한국에 와서 50대 남자 몇분을 알게 됐는데 그의 거실 탁자에는 반쯤 열린 "남보"라는 정력제 약상자가 반쯤 열린채 놓여 있었다. 나는 정력제에 집착하는 중국문화에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가정에서까지 이런 약들이 버젓이 놓인 것을 보지 못했다. 한국에서 여성의 성은 순결과 처녀성이란 관념의 족쇄에 묶여 있다. 극단적으로 보면 훌륭한 기혼녀는 자녀를 갖기 위해 성관계를 하고 나쁜 기혼녀는 쾌락을 위해 성관계를 한다는 생각이 만연돼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동안 "처녀"라는 단어에 제공해온 이상의 것을 "여성의 성"이란 공간에 부여해야 할 것이다. 정시링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