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세계속의 위상 : 민간참여 활발..출범 10년

우리나라와 호주의 적극적인 역할로 지난 89년 출범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APEC은 장기적으로 역내 무역과 투자 자유화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단기적으론 무역활성화 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인력자원 기술 관광 통신 등 각 분야별로 실질협력을 증진시켜 동아시아와 미주를 잇는 경제공동체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APEC은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처음에는 느슨한 형태의 협의체로 출범했으나 지난93년 정상회의의 연례화를 계기로 실질적인 협력체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개방적 지역주의 정립 =APEC이 이처럼 단기간에 괄목할만한 협력체로 발돋움하게 된 요인은 무엇보다 "개방적 지역주의"(open regionalism)를 표방하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APEC은 여타 지역주의와 달리 역내 경제협력 증진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동시에 역외국가에 대해서도 역내국가와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같은 원칙은 이미 범세계적으로 무역 자유화에 크게 이바지했을 뿐 아니라 역내 합의를 바탕으로 WTO(세계무역기구)차원에서 정보기술협정을성사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다른 특징은 APEC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나 WTO처럼 형식적인 틀을 가진 기구로 출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창설 당시 아.태 협력의 기본원칙에 대해서만 합의했고 운용해 나가는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제도를 마련하고 기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APEC은 아직도 발전단계에 있는 협의체라고 할 수 있다. 무역.투자 자유화를 위한 청사진 마련 =지난96년 마닐라에서 개최된 수비크 정상회의에서 아.태공동체 실현을 위한 무역.투자자유화의 구체적인 공동실행계획(CAP)이 마련된 것은 APEC의 최대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공동실행계획은 관세를 내년말까지 완전 철폐하는 등 15개 분야에 대한 자유화 스케줄을 확정하고 회원국들이 이를 단.중.장기적으로 실천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밴쿠버 정상회의에서는 이를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임산물 수산물 서비스 에너지 등 9개를 우선 분야로 선정, 내년중에 이행키로 합의했다. 이번 콸라룸푸르회의에서는 식품 민간항공기 등 나머지 6개 분야에 대한 개방을 앞당길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회원국간 경제 불균형 해소 =APEC은 협력 초기단계부터 경제.기술협력에중요성을 부여해 왔다. 이를 추진하는 목적은 회원국 간에 경제 불균형을 해소하고 역내 경제.사회적 복지를 개선하려는 데 있다. 때문에 공여자(선진국)-수혜자(후진국)간의 협력이 아니라 동반자적인 대등한 관계에서 추진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96년 수비크 정상회의에서는 인적자본 개발 인프라 강화 미래기술 이용 환경을 고려하는 성장 안전한 자본시장 육성 중소기업 육성 등 6개 분야에 우선 순위를 두고 민.관 협조체제를 구축키로 합의했다. 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각국의 경제발전 단계 차이를 상호 존중하고 자발적인 참여와 공감대 형성에 의한 컨센서스 등 기본 원칙을 채택했다. 민간 부문의 활발한 참여 =APEC은 다른 협력기구들과 달리 기업인 등 민간부문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는 96년부터 APEC이 표방해온 "APEC은 비즈니스를 의미한다"는 구호가 시사하는 것처럼 협력의 실질적 수혜자인 기업 등 민간부문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따라 정상회의 상설 자문기구로 발족된 기업인 자문위원회와 기업인회의 등이 무역.투자 자유화를 위한 개별실행계획 프로그램, 조기 자유화대상 선정작업 등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또 관세 심포지엄, 인프라 확충을 위한 민.관 라운드테이블,중소기업을 위한 APEC 컨그레스 등을 통해 업계의 관심 사항을 회원국 공무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정부는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인 15일부터 3일간 "새로운 1천년을 위한 새로운 APEC"이란 주제로 최고경영자회의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역내 기업인 1천여명이 참석했다. 이밖에 여성과 청소년, 전자상거래, 역내 인프라 개발 등의 분야에도 참여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