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세계속의 위상 : (기고) 'APEC과 세계경제'

안형도 APEC은 아시아.태평양지역 최초의 협의체로 89년 출범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태지역 12개 회원국으로 출범했으나 그뒤 회원국이 늘어난데 이어 작년 밴쿠버정상회의에서 러시아 페루 베트남 3개국이 합류함으로써 금년 콸라룸푸르 정상회의에는 모두 21개 회원국이 참가할 예정이다. 초기 APEC 활동은 경제기술협력에 사업의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지난 94년 보고르선언을 채택함으로써 APEC 논의의 축은 무역 자유화로 옮겨졌다. 보고르선언은 선진국은 2010년,개도국은 2020년까지 역내 무역 및 투자자유화를 달성하기로 천명했다. 최근 들어서는 APEC역내에 금융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역내 금융안정문제에 대한 논의로 그 관심분야가 확대되어 가고 있다. APEC은 창설이후 세계무역 자유화 추진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APEC은 자유무역과 공정무역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통해 UR협상 타결과 WTO 체제 구축에 크게 기여했다. 또 역내 무역자유화의 이익을 역외국과도 공유한다는 개방적 지역주의(Open Regionalsim)를 추진함으로써 지역주의의 폐쇄성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펼쳐왔다. 무역자유화 분야에서의 APEC의 기여에도 불구하고 최근 금융위기에 대한 APEC의 대응은 매우 실망스러운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97년7월 태국발 외환위기가 인도네시아 한국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그해 11월 밴쿠버에 모인 APEC 정상들은 위기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APEC 정상들은 지역적 감시체제 구축과 IMF 체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마닐라 프레임워크(Manila Framework)를 채택하였으나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은 지금껏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콸라룸푸르정상회의는 지역 감시체제 구축, 단기자본이동 규제, 국제금융 체제개편, 세계경기회복 등이 금융분야의 주요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최근의 IMF(국제통화기금).IBRD(세계은행) 연차총회와 G22 및 G7 회의를 통해 국제금융시장 안정과 체제개편에 대한 논의가 크게 진전되었고 일부 구체적 조치도 제안된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는 최근의 논의를 바탕으로 국제금융시장 안정과 체제개편에 대한 더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APEC 역내에는 세계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미국과 일본이 포함돼 있어 국제금융질서 확립과 세계경제 회복을 위한 실효성있는 조치가 금번 APEC정상회의를 통해 제안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유화분야에서 APEC은 비구속적 투자원칙을 채택한 바 있으나 그 비구속적 성격으로 인해 투자자유화에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OECD 다자간 투자협정(MAI) 추진은 프랑스 등의 반대로 협약체결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따라서 APEC은 투자자유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다자간 투자협정의 성공적 체결을 통한 전세계적인 투자자유화 추진을 적극 촉구해야 할 것이다. APEC은 경제협력을 위한 비공식적 협의체로 출범했다. 따라서 APEC을 오랜 역사와 대체적인 동질성을 가진 OECD나 규정에 기초한 협상기구인 WTO와 비교해 그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APEC은 다양하고 이질적인 문화와 큰폭의 경제적 격차를 가진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이루어진 협의체다. 따라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상이한 이해관계를 조율함으로써 자유화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선진국과 개도국의 공동성장을 위한 경제기술협력을 통해 협의체로서의 장점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향후 APEC이 무역자유화의 지속적 추진, 국제금융질서의 재확립, 세계적 투자자유화의 추진 등에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APEC은 세계경제의 안정과 발전에 촉매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