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학] '무중력속 인체 규명 노화 막는다'

"늙기를 두려워 하십니까. 그렇다면 우주선 탑승은 자제하세요" 오는 2030년 10월 온가족이 달여행을 가기 위해 우주여행 관광사를 찾은 조모씨. 그는 접수창구에 내걸린 이 문구를 보고 고민에 빠진다. 우주여행자에게 나타나는 무중력 상태에서 신체에 일어나는 증상이 지구상에서의 노화현상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근거로 추론해 본 미래모습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들은 지난 60년대초 무중력상태와 노화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음을 밝혀냈다. 이후 이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무중력상태가 노화를 촉진하는지, 아니면 노화를 모방하는 것인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어쨋든 이들 연구는 인간이 노화라는 신체적 고통을 겪지 않고 우주여행을 즐길 수 있는 길을 여는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먼 미래의 우주여행을 위한 연구라고만 보기는 힘들다. 이들 연구의 성과물은 지상에서 신체의 노화등으로 고통받는 노인들과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위해 과학자들은 남녀 성인은 물론 쥐 등 동물들을 대상으로 무중력상태에서 많은 실험을 해왔다. 최근 8일 20시간동안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머물면서 스스로 실험대상이 됐던 미국의 존 글렌 상원의원(77)에 과학계가 높은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그의 연령이 많았기 때문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70대 노인과 젊은이에게 나타나는 신체변화를 처음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중력상태는 뼈에서 뇌까지 신체의 거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준다. 평형감각을 잃고, 뼈와 근육이 약화되며, 혈액과 수분 등 체액의 흐름이 변화 하는게 대표적인 신체증상들이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어메리칸지 최신호는 무중력상태에서의 신체변화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을 싣고 있다. 균형 잡기 힘들다 =우주궤도에 도달하면 누구라도 한동안 현기증을 느끼면서 평형 감각을 잃는다. 며칠 지나면 뇌가 적응하지만 지구로 돌아온 직후 10여분간 이같은 고통을 또다시 겪게된다. 가만히 서 있기 조차 힘들 정도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노인 1천2백여만명이 만성 평형감각 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오랜동안 침대에만 누워있던 환자에게서도 평형감각 장애가 발생한다. 우주인들이 고통받고 회복되는 메카니즘을 규명하면 이같은 장애를 치료할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게 과학계의 설명이다. 인간은 각 신체부위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중력을 느끼면서 평형감각을 갖게된다. 그러나 무중력 상태가 되면 이같은 메카니즘에 장애가 생기고 평형감각이 일시적으로 상실된다. 이는 뇌의 혼란을 초래, 두통 식욕저하 구토 등의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골격구조가 바뀌고 뼈와 근육이 약화된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척추가 더 이상 위에서 아래로 힘을 받지 않게 된다. 2인치 정도 키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슴에 있는 폐와 심장 등도 더이상 무게를 갖지 않아 갈비뼈 등이 이완되고확장된다. 반면 근육은 급속히 퇴화한다. 무중력 상태가 되면서 근육의 역할이 불필요해지기 때문이다. 근육은 원래 신체를 움직이고 몸을 제대로 버틸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무중력상태에서 우주비행사들이 강도높은 운동을 하는 것은 근육의 퇴화를 막기 위한 것이다. 뼈에도 큰 변화가 찾아온다. 골밀도 손실이 그것. 우주선에 체류하는 동안 1개월당 1%의 비율로 골밀도가 손실 되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는 신장결석이나 연한조직의 석회화를 초래한다. 물론 지구로 귀환하면 한달내에 뼈 칼슘의 손실은 중단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지구귀환후 뼈가 예전처럼 완전히 복구되는지에 대해서는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오랜기간 우주여행을 한 우주비행사들이 많지 않아 통계적으로 검증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중력 상태에서의 골밀도 손실은 갱년기 여자나 노인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골다공증과 유사한 증상이다. 혈액과 수분 등 체액이 몸 윗쪽으로 많이 몰린다 =무중력 상태에 들어간지 수분내에 목 혈관이 부풀어오르고 얼굴이 붓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감기 환자의 증상과 유사하다. 체액이 더 이상 무게를 갖지 않아 가슴과 머리로 많이 공급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다리의 경우 무중력상태가 된 첫날 1리터 정도의 체액을 잃는다고 한다. 이는 부피의 10%에 해당한다. 다리 크기가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체액 흐름이 바뀌면서 신체기능에도 이상이 생긴다. 혈액의 화학적 균형이 깨져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등 심장의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 신장의 경우 투석률이 거의 20% 증가한다. 무중력만이 우주여행을 망치는 복병은 아니다 =우주여행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신체적인 이상증상과 심리적인 스트레스는 면역체계의 대응능력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오랜기간 좁은 공간에서 특정인물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것 자체가 두려움 불면증 절망감 등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우려한다. 특히 우주선의 조명수준과 작업 스케줄은 단잠에 빠지기에는 좋은 여건이 아니다. 우주여행중에만 나타나는 증상인가 =무중력상태에서 고통을 겪었다 해도 신체의 대부분은 지구에 돌아온 뒤 수일 또는 수주일이내에 정상으로 되돌아 간다. 그러나 뼈와 근육의 시스템의 경우 예외가 있을 수 있다는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