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박성용 헌정곡'

"챔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항성(Scintillations)". 이 낯선 곡에 문화예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곡에 담겨 있는 의미가 각별하기 때문이다. 이 곡의 주인공은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 안승필이란 이름의 젊은 작곡가로부터 지난해 헌정받은 것이다. 박명예회장과 안승필씨의 인연은 한편의 소설같다. 안씨는 중국 흑룡강성의 조선족. 그는 91년부터 모교인 상해 국립음악원(작곡과)에서 전임강사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세계 음악의 흐름을 확인하기 위해 관광비자를 얻어 94년 프랑스 파리를 찾았다. 때마침 파리 국립고등음악원(CNSMDP)의 입학시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무작정 시험을 치렀다. 프랑스어를 전혀 못했지만 뜻밖에 2등이란 성적으로 합격했다. 문제는 학업에 필요한 돈이었다. 한국의 지인에게 후원을 요청하는 장문의 편지를 띄웠다. 이 편지는 음악계 발전을 위해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는 박명예회장에게 전해졌고 박명예회장은 흔쾌히 6천달러를 보냈다. 안씨는 이에대한 보답으로 "챔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항성"이란 곡을 만들어 지난해 박명예회장에게 헌정한 것. 박명예회장은 이제 이 곡을 자신만이 아닌 모두의 음악으로 내놓으려 한다. 금호갤러리콘서트와 영재콘서트 무대에 섰던 음악인을 모아 연말께 연주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곡은 현대음악이기 때문에 듣기에 생소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게 문제는 아니다. 한 기업인의 문화발전에 대한 애정과 그에 보답하려는 또 한사람의 감사의 정을 확인하는 무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