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시아 성학회' 특별칼럼] (46) '영화흉내도 가려서'

불륜관계인 남과 여의 영화속 정사장면. 여성상위시대를 상징하듯 여주인공은 남성을 아래로 뭉게고 "너 죽어봐라"는 식으로 위아래를 정신없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땀으로 범벅된 여성의 얼굴은 남성의 푯대를 꼿꼿하게 한다. 꼿꼿함은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성생활에서도 남성의 표상이다. 그러나 조강지처를 놔두고 새로운 자극을 찾아 이런 영화장면을 흉내내다가는 김밥옆구리 터지기 십상이다. 위용당당한 무골장군이 일순간의 "음경골절"로 낭패를 보게 되는 것이다. 아침 출근하자마자 응급실 간호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선생님 아래에 이상이 있는 것 같은데 이야기를 잘 안하려고 해요. 무조건 비뇨기과 선생님만 찾아요" 환자를 대하니 "저, 저."하며 손가락으로 아래만 가르킨다. 아랫도리를 벗겨보니 이유를 알만하다. 휴대용 상태로 아담하게 있어야 할 물건이 검붉게 울퉁불퉁 휘어지고 부어올라 꼴이 말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 그렇게 됐습니까" "아침에 집에서 급하게.." "원상태로 돌리려면 수술이 필요하니 부인의 수술동의를 받아야 겠습니다" "선생님 마누라에게는 비밀로.." "예? 비밀로 하자구요. 그러면 집에서 그런게 아닙니까" "집은 맞는데 마누라는 부엌에 있었고 다른 상대와 급하게 하다가 뚝소리가 나면서.." 이때 영문도 모르고 나타난 부인에게 "바지지퍼를 올리다 낀것 같다"고 둘러대며 수술을 했다. "가재는 게편"이라기보다는 치료후 환자의 원만한 가정생활을 위해 부정을 감춰줘야 했다. 수술로 회복이 된것을 확인하면서 앞으로는 너무 과용말라고 설명해줬다. 지금도 그날의 상대가 누군지 궁금하다. 남성의 음경은 백막이라는 두꺼운 막으로 싸여진 해면체 구조에 성적흥분시 피가 몰리면서 발기하게 된다. 해면체내의 동맥과 근육섬유가 확장되는 것이다. 발기된 음경이 여성의 질을 향해 돌진할때 힘의 축이 어긋나면 순간 휘어지게 되고 이때 백막에 견딜만한 탄력 이상의 힘이 가해지면 터져 음경골절이 된다. 백막이 터지면 피가 급속히 피부로 빠져나와 발기가 소실되고 음경이 검푸르게 부어오른다. 따라서 이때엔 백막을 원상복귀하기 위한 수술이 필요하다. 물리학적으로 설명하면 충격량은 질량x속도의 제곱이므로 본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량을 발기된 음경에 가하면 안된다. 특히 불륜을 저지를때 영화장면을 묘사하다 큰일 날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