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안보가 햇볕정책의 기본전제

김대중 대통령과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미묘한 상황에서 한.미양국의 대북한 정책방향을 명확히 하고 공조체제를 굳건히 했다고 볼수 있다.현재의 한반도정세상 대북한 포용정책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정책이라는데 양국 정상은 인식을 같이했고 동시에 북한의 핵 의혹을 분명히 규명하겠다는데도 한 목소리를 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북한의 핵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동해에서 역사적인 금강산관광이 이루어지고 서해에서는 간첩선이 출현하는 복잡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상황속에서 양국정상이 대북한 포용정책지속과 핵의혹 철저규명을 동시에 분명히 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대북포용정책과 핵 의혹규명을 상반되는 사안,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성질의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특히 우리 입장에서는 둘중 어느 하나를 포기해도 좋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이른바 햇볕정책은 확실한 안보위에서만 가능하고 동시에 강력한 방어태세는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기위한 가장 유용한 수단이자 전제라고 할수 있다. 한반도정세와 관련, 있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북한이 끝내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거부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다. 그렇게될 경우 대북한 중유공급 경수로건설 등 제네바합의사항이 파기될 것은 물론이고 금강산관광선 등 햇볕정책도 차질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햇볕정책으로 통칭돼온 대북한 포용정책을 서둘러 재고해야한다는 주장은 결코 현명하지않다. 한반도에 긴장국면이 조성될 경우 외국인투자를 비롯 경제에도 악영향이 적지않겠지만, 이런 득실을 차치하더라도 그러하다. 분단 50년의 장벽을 열기위한 햇볕정책은 기본적으로 인내와 성의를 바탕으로 해야한다는 점을 인식해야한다. 핵시설의혹이 짙은 금창리 지하시설에 대한 사찰을 거부하고 있는 북한의 움직임은 물론 지탄받아 마땅하다. 앞으로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는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의 말처럼 전적으로 북한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고, 그 여파가 한반도전체에 미칠것은 자명하다. 바로 그런 미묘한 북.미상황아래서 김 대통령이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미국의 인식을 확고히한 점은 높이 평가할 일이고, 북한측이 깨닫는 바 있어야할 대목이다. 50년만에 처음으로 금강산 가는 길을 연 바로 그 시점에 간첩선을 남파한 것이 북한의 실체이고 보면 앞으로도 햇볕정책은 무수한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은 한반도정세를 감안할때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는 정책인 것 또한 분명한 만큼 지속적으로 밀고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안보다. 그런 점에서 간첩선을 발견하고도 이를 제대로 추적하지 못해 끝내 놓치고 만 점이나, 이런 사실이 제대로 대통령에게 보고되지도 않았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