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일자) 공정위의 포철분리매각 권고
입력
수정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포항.광양제철소의 분리매각안이 철강업계는 물론정부내까지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공정위는 철강산업의 고질적인 독점폐해를 막으려면 두 제철소를 분리해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담당부처인 기획예산위원회와 산업자원부는 이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공정위가 근 30년간 지속돼온 철강업계의 독점적 관행을 시정하겠다고 나선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60년대 공업화 과정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 철강산업을 지원 운영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이같은 독과점이 더이상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고로 분야에 대한 신규진입제한 철폐나 불공정 유통 관행 개선 등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포항.광양제철소의 분리매각 주장은 철강산업의 경쟁촉진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무시한 이상론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더구나 한국산 철강수출문제가 한.미간 통상마찰로 불거지고 특히 고로사업이 세계경기위축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감산추세에 있어 매입자가 있을지조차 의문인 시점에서 공정위가 해묵은 분리매각논쟁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시기적으로도부적절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분리매각은 이미 지난 7월 포철의 민영화방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관계전문가와 학계의 충분한 검토 끝에 득보다 실이 많은 것으로 결론이 난 사안이다. 그런 것을 공정위가 산업정책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와의 사전협의도 없이 분리매각을 공식 주장하고 나섰다는 것은 비록 "권고"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사려깊은 행동이라고는 할 수 없다. 철강산업에 경쟁도입이 필요하고 또 유통망까지 장악하고 있는 포항제철에 대해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현 시점에서 분리매각은 자칫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 되기 쉽다. 독점의 폐혜를 줄이려다가 자칫 국제경쟁력을 잃게된다면 이는 민영화의 근본취지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포항제철소는 다품종 소량생산체제이고 광양제철소는 소품종 대량생산체제여서 서로 보완적 성격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이를 분리매각할 경우 엄청난 비효율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광양제철소를 독자기업화하려면 당장 3조원 이상의 추가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철광석 공동구매에 따르는 시너지 효과가 감소하고 기술개발도 따로 하게돼 중복투자의 우려가 높다. 뿐만 아니라 최근 독일과 중국에서 보듯 철강회사의 통합이 세계적 추세임에 비추어 분리매각은 이같은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분리매각문제는 단순히 독과점의 폐혜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기간산업의 대외경쟁력 유지차원에서 관계부처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