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자) 그린벨트 손질 남아있는 과제

정부가 발표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제도개선안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기존 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가지 원칙과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대폭적인 해제로 귀결될 수밖에없기 때문이다. 물론 현행 제도의 여러가지 불합리한 규제를 재조정할 필요성은 어느정도 공감하지만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방지와 도시주변 환경보전이라는 개발제한구역 제도의 근본취지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이 시점에서 다시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제도개선안은 염려스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난 71년 제도도입이후 가장 큰 폭의 해제가 예상되고 그로 인한 여러가지 부작용예컨대 무질서한 개발과 환경파괴, 그리고 부동산 투기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구체적인 해제구역 등은 내년중 환경평가 등 여러가지 절차를 거쳐 구체화될 것이기 때문에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당장 연말까지 지정실효성이 적은 도시권에 대해 구역전체를 해제하는 결정이 예정돼있어 그 파급영향은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그린벨트가 설정돼있는 14개도시권중 4~5개 도시가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뿐만아니라 행정구역 전체가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전국 44개 읍.면.동의 우선 재조정이 예정돼 있고, 특히 그린벨트 존속지역이라 하더라도 구역지정 이전부터 지적법상 대지로 돼있는 토지에 대해서는 내년 4월부터 건축규제를 대폭 완화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개발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시안이 발표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일부 지역의 땅값이 오르는 등 투기조짐마저 일고 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의견수렴과정에서 좀더 신중히 검토해 그린벨트해제를 필요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린벨트 재조정에서 유의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확고한 원칙과 기준의 적용이다. 지역과 구역에 따라 이해가 상반될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 기준마련도 쉽지않은 작업이다. 만약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의 적용이 안될때는 엄청난 민원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이는 규정준수를 회피하는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제도개선의 성패가 달려있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또 정부가 이미 토지거래허가제를 실시하는 등의 예방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부동산투기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는 난제다. 국토이용에 관한 제도의 변경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최선이다.한번 잘못되면 그 피해는 후세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그린벨트제도 개편은 그런 점에서 너무 서두르는 감이 없지않다.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도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진정 합리적 대안 마련을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예정된 시한에 얽매이지 말고 백년대계가아니라 천년대계를 바라보는 자세로 구체안 마련에 임해주기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