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사성 '최형기의 성클리닉'] (32.끝) '성공해야 성공'

선배를 통해 유능한 공무원으로 활약하다 지금은 사업을 하고 있다는 P씨를 소개받았다. 당대 행정기관을 주름잡던 사람이라는 소문이 무색하리만큼 매우 초췌하고 기력없는 모습이었다. "성욕이 떨어지고 발기가 잘 안돼서 찾아왔습니다" 과음 과로 스트레스에 우울증까지 겹친 P씨. 마침내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정도가 되자 주위사람의 권유로 2년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결과 별 이상은 없었지만 발기가 불안정했고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뇌하수체 프로락틴 호르몬 수치가 조금 늘어나 있었다. 생각해보니 정신과적인 약물치료를 받으랴, 사업하랴 갈수록 스트레스 쌓일 일이 늘어만 가니 그나마 이따금씩 서던 페니스가 주눅들면서 계속 움츠러드는게 당연했다. 사랑과 성공! 어떤 남자든 선망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이루고 지켜나가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이렇게 자꾸 작아지는 남편을 둔 아내의 마음은 어떻했을까. 자식이 아프면 가슴이 미어지고 배우자가 아프면 머리가 지끈지끈하다는데. 몇차례 면담끝에 그는 마음을 세우고 다시 한번 인생에 도전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신과 의사에 자문해본 결과 수술로 발기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면 정신과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회신이 왔다. 보형물 삽입수술이 비장의 카드로 선택됐다. 그가 퇴원한지 3개월쯤 됐을까. 갑자기 응급실에서 연락이 왔다. "지난번 수술받은 P사장님이 응급실에 계십니다. 고름이 나오고 상태가 영 좋지 않아요" 수술한게 탈이 났나 걱정하면서 응급실로 달려가보니 고름이 나오는 부위는 요도였다. 휴! 요도염이었다. 수술후 한달정도 지나 부인과 관계를 해도 좋다고 허락했는데 모처럼 흥분한 그는 밖에서 먼저 테스트를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요도에서 고름이 흘러나오니까 달려온 것이었다. "아니, 부인과 관계하라고 했지, 이렇게 딴 동네가서 병을 얻어오시면 어쩝니까" 그후 1년만에 만난 그는 전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힘있는 모습이었다. 아예 딴사람 같았다. 그의 이야기인즉 수술후 마음의 안정을 되찾으면서 점차 약을 줄이게 됐고 이제는 거의 약 없이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고 자랑했다. 그러니 밤과 낮이 자연스레 행복해지더라는 것이었다. 옛 명성을 되찾아 멋지게 변신한 그의 소식을 이따금 신문 인물동정란에서 마주치면서 새삼 이런 생각이 든다. 남자는 역시 그게 살아야 다 사는구나!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