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성학회] (기고) '한국의 성풍속' .. 주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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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 우리는 지난 20세기에 걸쳐 지나칠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우리의 성도 예외가 아니다. 누구나 알것 같으면서도 정작 아무도 모르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옛시대의 성에 관한 담론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풍속의 역사"를 쓴 에두아르드 푹스 같은 임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탓일까. 나는 얼마전에 "우리문화의 수수께끼"를 써냈고 많은 호응을 받았다. 우리들 성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독자들은 나에게 주문했다. 즉각 우리의 성을 역사의 본궤도에 올려놓으라고. 우리는 철저한 "내숭주의"신봉자다. 음란저속하다는 이유로 히틀러에 의해 "풍속의 역사"가 분서갱유 당하는 비운을 맞았으면서도 정작 푹스 자신은 엄격한 모럴리스트로 남았던 사실을 기억해보자. 인간의 성행동은 시대에 따라 각각 다른 형태와 법칙에 의해 형성되고 변해 왔음을 기억하자. 21세기를 앞둔 지금 성풍속도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하물며 지난 시대의 이야기도 정리하지 못하고 있으니. 성풍속전은 "욕망과 억압의 이중주"가 펼쳐지는 우리의 성을 다뤘다. 중국 일본 인도의 성풍속 자료를 곁들여 비교해보는 장도 마련했다. 질펀한 황토를 바닥에 깔고 1백여개의 토우를 제작한 신라토우의 원초적 의미. 자료가 너무 귀하고 부족할뿐이다. 이게 모두 내숭주의 탓이다. 이번 성풍속전에 주로 사진을 전시하다보니 따스한 질감이 모자란 것이 안타깝다. 그러나 이만큼이라도 모아놓으니 우리 성풍속도 만만찮음을 새삼 깨닫는다. 한국 최초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를 징검다리 삼아 더 나은 성풍속 사료가 집대성되기를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