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성학회] 성 남용시대 .. '한국 성문화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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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가 심해질수록 성의 타락상이 극심해진다는 성전문가들의 말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한창 망치소리가 울리던 개발시대만해도 고작해야 사창가 유흥주점 룸살롱 사교클럽 등 은밀한 지역에서만 매매춘이 성행했지만 80년대 이후에는 시간이 갈수록 타락한 성의 단면이 사회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매매춘과 불륜이 "금기"의 쇠사슬을 끊고 양지를 지향하고 있다. 특정지역만 유흥지대인 선진국 도시와 달리 서울 등 대도시는 사무실 주택가 대학가를 가리지않고 전화 한통화면 섹스를 돈 주고 살수 있다. 한마디로 나라 전체가 "섹스 권하는 사회"라 할수 있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전통적인 성도덕의 붕괴 빈부격차 심화 및 배금주의 확산 포르노 등 음란물 산업 활황 산업화에 따른 스트레스 증가 등을 들수 있다. 과거의 성문화 =대한가족계획협회 부설 한국성문화연구소는 과거 성문화의 특징으로 남녀간에 이중적인 성윤리 강요 성기 중심주의 및 남근숭배주의 금기적 성의식 등을 손꼽았다. 여성의 성은 남성의 상속권과 가문의 계승을 위한 생식기능으로서만 중시됐다. 특히 혈통의 순수성을 보장하기 위해 여성의 순결과 정절을 절대적으로 강요해왔다. 이에 반해 남성에게는 외도 축첩 매춘 등과 같은 혼외관계가 허용되거나 묵인됐다. 강한 성욕을 남성상의 상징으로 미화하기도 했다. 성관계도 남녀간에 정신적이고 인격적인 상호교류 측면은 무시한채 생리적이고 신체적인 측면만을 강조했다. 여성은 성관계에 있어 순종적이고 피동적인 태도를 취해야하며 남편을 사별한 후에는 수절하도록 사회화됐다. 여성주의자 K 밀레트는 "부권제사회는 여성의 성적인 잠재능력을 파괴하고 왜곡했다. 여성은 남성에게 성욕의 배출구를 제공하는 성관계에 길들여져 왔다"고 꼬집었다. 향락적 성문화 =일시적이고 육체적인 향락을 추구하는 성문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술과 금전을 매개로 육체를 사고 파는 퇴폐산업이 IMF상황속에서도 불황을 모르고 있다. 우리사회연구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매춘여성은 1백20만~1백5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숫자는 15~29세 여성인구의 5분의 1에 이른다. 최근 16개 무허가 이벤트회사가 서울지검에 윤락행위방지법 위반혐의로 적발됐다. 윤락과 관련된 여성회원은 2천5백56명, 남성은 9백55명이었다. 10~30대 여성회원중 가정주부가 26%로 가장 많았고 모델 직업도우미 이혼녀 등의 순이었다. 학비나 유흥비를 조달하기위해 윤락행위에 나선 여대생도 3백여명에 달했다. 성의 남용과 만용은 돈을 목적으로 하는 매매춘에 그치지 않는다. 상품을 타기 위해 강남 나이트클럽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브래지어와 팬티만 남긴채 선정적인 춤을 추고 있다. PC통신 대화방에서 부부교환 클럽 회원을 유료 모집한 뒤 집단적인 성관계를 주선해준 30대 남자가 검찰에 구속됐다. 변태 성행위에 참가한 17쌍의 회원들은 주로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의 건실한 직장인들이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통신망을 통해 시간과 장소를 약속한 뒤 첫 만남부터 성관계를 맺는 "컴섹"이 신세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같은 성 타락상의 중요한 온상으로 우선 음란잡지 비디오 CD롬 인터넷사이트의 범람을 들지 않을수 없다. 이런 매체가 시각 청각을 통해 강력한 성적자극을 주면서 성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김상원 경기대교수 등이 남고생 2천1백74명을 대상으로 성의식을 조사한 결과 65.4%가 "TV나 비디오에서 야한 장면을 보았을 때 성충동을 느꼈다"고 답하고 있다. 이승희의 벗은 몸이나 각종 성행위 장면도 인터넷만 들어가면 언제든지 볼수 있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전 백악관 인턴직원 르윈스키와 어떻게 만나 오럴섹스를 했는지 인터넷엔 전문이 실려 있을 정도다. 비디오문화의 발달로 몰래카메라를 이용해 러브호텔에 투숙한 남녀의 성관계 장면이 호황리에 유통되고 있다. 남녀 중학생이 부모가 외출한 사이 빈집에서 성행위를 하면서 촬영한 "빨간 마후라"는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외설과 예술을 분간하기 힘든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처녀 3명이 반바지 차림에 다리를 올리고 나란히 누워 있다. "클리토리스로 느끼는 것 말고, 애무를 하다보면 아, 이제 넣고 싶다할때 있잖아. 넣어" 종전 같으면 포르노영화에나 어울릴만한 저속한 장면이었겠지만 그렇지않다. 극장에서 버젓이 상영중인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한대목이다. 방화 "정사"와 "실락원"도 유부녀의 혼외정사를 아름답게 묘사했다. 섹스를 내세운 성인용 만화영화도 등장했다. "누들누드" "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가 바로 그것이다. "옥보단3" "모넬라" 등 섹스를 내세운 외화는 인기리에 수입되고 있다. 여성의 지위 향상도 성적 쾌락의 향연에 불을 댕기는 요소다. 경제적 능력이 우수한 여성은 이제 남자를 거느리며 산다. "퇴출시대"가 개막되면서 이런 추세는 더하다. 남성의 우월적 지위가 급속히 흔들리면서 여성상위시대가 명실상부하게 열리고 있다. 이제 섹스가 남성에 못지않게 여성에게도 중요하다는 사실이 확고해졌다. 이에 따라 침실에서의 불만이 이혼으로 치닫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혜성같은 비아그라의 등장도 "정년없는"성생활을 기약하면서 성의 범람을 예고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청소년의 성 =일본서 건너온 원조교제가 철없는 중.고교 여학생을 윤락의 구렁텅이로 유혹하고 있다. 최근 대검찰청은 지난 1년동안 유흥업소 주변에서 일하다가 적발된 미성년자 5천여명중 16%인 8백여명이 몸을 팔았다고 분석했다. 매춘에 참여한 8백여명중 44%가 16세 이하 소녀였다. 청소년보호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방학이 되면 여자 중.고.대학생의 유흥업소 출입이 급증한다. 방학기간중엔 종업원의 50%, 학기중에도 30%가량이 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직장여성 및 무직여성, 그리고 가정주부의 업소 출입도 늘고 있는 추세다. 또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미혼남성 근로자의 62.8%, 남자 대학생의 26.4%가 매춘부 술집여자 이발소여자 안마시술소여자 등 윤락여성과 성행위 경험을 갖고 있다. 우리사회의 대안 =법과 현실이 이율배반적인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풍토에서 성의 이중성은 더욱 심하다. 따라서 성의 공론화를 통해 사회가 합의하는 성의 잣대를 마련해야 한다. 구성애식 성교육이 호응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학교에서의 성교육이 정규화돼야 한다. 아울러 더욱 중요한 것은 부모의 자녀에 대한 성교육이다. 성행태에 대한 분석과 이를 바탕으로한 성의 담론화가 자주 이뤄지면 구석에서 쏙닥거리며 키득거리던 성이 의연한 모습으로 단장하게 될 것이라는게 진보적 성문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