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영인] 이영란 <유로닉스 사장>

유로닉스의 이영란 사장(31)은 디자이너에서 제조업체 사장으로 변신을 한 여성기업인이다. 지난 9월 창업한 이 회사의 아이템은 스팀청소기.고온.고압의 스팀을 발생, 세척및 살균효과까지 내면서 오염물질을 빨아들인다. 털고 쓸고 딱는게 한번에 해결되는 셈이다. 스팀 발생 청소기는 국내에도 소개된적이 있지만 흡입기능까지 갖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약품을 쓰지 않고도 카페트에 흘린 커피등을 흔적없이 없앤다. 벽지 침구 유리창 천장 커텐 자동차 내외부등 청소가 필요한 모든 곳에 쓸 수 있으며 제약회사 화장품회사등 청정환경이 요구되는 곳에 사용하기 적합하다. 다림질도 할 수 있다. 이 사장이 스팀청소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10년전 스위스 제네바대학에서 미술디자인을 공부하기 시작할 때 스팀청소기 원리를 고안한 프랑스 발명가인마이아씨를 소개 받으면서 부터다. 파리국제발명전시회 심사위원인 남편을 통해서였다. 당시만해도 실험실수준의 기술만 개발된 상태였다. 이 사장은 주부 입장에서 그 기술을 접한 순간 매료됐다고 회고했다. 5년내에 실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사출성형등 다른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마이아씨가 중심이 돼 상업화 기술개발에 나섰다. 5년전 스팀만 발생하는 청소기가 개발됐다. 20여개 업체가 이를 본딴 청소기를 생산하고 있고 유럽에서만 연간 1백만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다. 이 사장은 그러나 흡입기능이 없어 기존 진공청소기를 대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는 2년전 프랑스 알파연구소가 설립되면서 본격화돼 지난해 초 흡입기능이 부가된 스팀청소기가 나왔다. 연구원중 한명이 세운 프랑스의 AVDI사가 유럽에서 대당 4백50만원에 공급중이다. "오랜 외국생활을 하면서 매장 구석에 진열된 한국산을 볼때마다 안타까왔습니다" 이 사장이 국산 스팀청소기를 생산키로 한 배경이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이를 싼값에 생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유럽제품의 3분의 1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것. 완전 국산화가 이뤄지면 60만원대까지 낮출 수 있다. 흡입기능만 갖춘 외국산 고급청소기가 1백80만원~3백만원에 팔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성은 충분히 있다고 이 사장은 설명했다. 전북 익산의 한 사출성형업체는 공장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문제는 자금.시설투자와 운전자금으로 당장 5억원이 필요한 상태. 알음 알음으로 투자유치에 나섰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이후 투자심리가 얼어붙은데다 스팀청소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