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당분간 L자형 바닥기기 .. '3분기도 -6.8%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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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과연 바닥에 도달했는가" 지난 3.4분기중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4분기와 같은 -6.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자 경기가 바닥에 도달했는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특히 IMF(국제통화기금)을 비롯한 해외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한국경제는 이제 바닥을 벗어났다"고 평가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성급한 기대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정부와 한국은행 국책연구기관 등은 "단정할수는 없지만 경기가 바닥에 도달하고 있다는 느낌은 확실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민간연구기관들과 기업들은 "경기가 하강을 멈췄다고해서 바닥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는 무리이며 여러가지 정황을 볼때 경기침체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가 지표상으론 바닥에 이르렀다 =주로 정부와 한국은행, 국책연구기관들의 시각이다. 이들은 당장 3.4분기 성장률이 이를 반증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3.4분기 성장률은 -6.8%. 2.4분기 성장률과 같다. 비록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되긴 했지만 마이너스폭이 확대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들은 중시한다. 아울러 물량기준 수출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제조업의 감소폭이 전분기에 비해 둔화됐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이성태 한은 조사부장은 "경기저점을 판단할수 있으려면 2-3년이 지나야 한다"면서도 "여러가지 상황으로 미뤄 경기가 미끄럼틀의 맨 끝에 와 있다는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특히 "작년 4.4분기 성장률이 3.9%로 매우 낮았던 점을 감안하면올 4.4분기 성장률의 감소폭은 3.4분기보다 둔화될 전망"이라고 밝혀 "체감적 경기바닥론"을 주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홍기석 박사도 "전년동기대비가 아닌, 전분기 대비성장률을 보면 1.4분기 마이너스 6-7% 2.4분기 마이너스 1% 3.4분기0-1%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이로 미뤄 경기는 지금이 바닥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KDI는 내년 GDP성장률을 최고 2.0%로 예상했었다. 금융연구원의 최공필 박사도 "수치상으론 경기가 더이상 급격하게 악화될 가능성은 없으며 이미 바닥권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경기바닥을 주장했다. 섣불리 경기바닥을 단정할수 없다 =민간연구소와 기업들도 3.4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는 괜찮게 나왔다는 점을 인정한다. 아울러 4.4분기 성장률 감소폭도 더 줄어들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단순히 1-2분기 지표만을 갖고 경기가 바닥에 왔다고 낙관하는건 금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설혹 경기가 바닥에 이르렀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플러스성장으로 돌아서기보다는 마이너스성장상태가 오래갈수 있는 만큼 정부정책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은 "3.4분기에 이어 4.4분기에도 GDP 감소폭이 줄어들건 분명하지만 내년에도 경기위축이 멈출 것이라고 단정할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경기가 바닥을 친 것으로 느껴지는 것은 정부의 금융완화대책 덕분"이라며 "수입의 절대량이 감소하고 있는데다 가계와 농촌의 사정이 어려워지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속단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조홍래 박사도 "현재 추세대로라면 내년 3.4월이면 경기가저점에 도달할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경기가 곧장 반등되기는 힘들고 마이너스성장이 상당기간 지속되는 L자형 성장체제가 굳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가 바닥이라고 해도 생활형편이 나아지는건 아니다 =경기바닥논쟁과관계없이 한가지 분명한건 생활형편이 급격히 나아지는걸 기대하는건 아직 이르다는 점이다. 대부분 연구기관들이 내년 성장률을 마이너스 2%에서 플러스 2%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장률통계는 전년동기대비다. 즉 내년 성장률이 설혹 플러스로 돌아선다고 해도 경기위축이 심했던 올해에 비해 좀 나아졌다는 것이지 IMF이전 수준을 회복한다는건 아니다. 만일 마이너스성장을 지속한다면 생활형편이 지금보다 힘들게 된다는걸 의미한다. 특히 3.4분기 성장률 감소폭이 예상보다 적었던 것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의 호조에 힘입었다. 다른 업종은 아직 "한겨울"이다. 성장잠재력의 잣대가 되는 민간소비지출과 설비투자는 여전히 큰폭의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경기바닥이 가까워졌다고 해서 경기가 회복된다고 기대하는건 아직성급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