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비 .. 오관치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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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치 경제성장률이 3.4분기에도 전년동기비 6.8% 하락했다. 실업률이 7%를 상회하고 있으며 소비자물가는 연초 이후 거의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에 대한 우려는 너무 이른 것 아니냐고 혹자는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기가 저점에 다가선 듯한 평가가 잇달아 나오고 있고 시중에 유동성이 매우 풍부한 상황을 감안할 때 사전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비를 해놓을 때가 지금부터이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은 경쟁국보다 월등히 높은 물가상승률에 있었다. 이로 인해 과도하게 높은 금리, 명목 임금, 무역수지적자 등이 초래되었음은 기지의 사실이다. 물가상승이 왜 일어나는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위해서는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요인들간의 복합적인 인과관계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너무 단순화함으로써 부정확하게 되는 점을 양해한다면 물가상승은 지속적인 통화량 증가와 임금 환율 수입가격 및 농수산물 수급사정과의 복합적인 인과관계에 의해 일어난다고 말할 수 있다. 임금 환율 등 비용상승 요인에 의해 일시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면 실질수요가감소해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 만일 정부가 이를 피하고자 통화량을 증가시키면 비용상승요인에 의해 촉발된 일부 상품의 가격상승은 곧 경제 전반의 물가수준 증가로 나타난다. 이러한 과정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물가상승, 곧 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경제의 실질국내총생산의 증가율보다 더 빨리 늘어나는 통화량에 의해서도 촉발될 수 있다. 만일 정부가 경제성장을 가속화시키겠다는 의욕 때문에 여신을 완화하고 극단적으로 투자를 서두르게되면 총수요가 급속히 확대돼 물가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 전시 인플레이션이 바로 이와같은 급격한 총수요확대에 기인한 경우이다. 외환위기에 직면하기 전까지 우리나라가 겪은 여러 형태의 인플레이션은 두가지 형태의 복합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경제운용계획을 수립할 것을 제의하는 이유는 통화량 증가와 물가상승간에는 상당히 긴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현시점의 통화량 증가는 3분기내지 8분기 후에 이르기까지 물가상승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그 효과가 6분기(1년반) 후에 절정을 이룬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가 경기 진작을 위해 여신을 완화할 목적으로 통화량을 증가시키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러한 통화량 증가는 실물경제사정 여하에 따라서는 2년후에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수 있다. 실질소비지출이 감소하고 수출이 저조하며 투자가 감퇴됨으로써 경제의 실질총수요가 극히 저조한 상황하에서는 통화량 증가가 실질잔고 증가 등으로 상쇄돼 물가상승을 유발시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실질소비지출과 수출이 증가하기 시작해 재고수준이 감소하게 되면 생산활동이 활발해지고 투자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기에 들어서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적인 통화량 증가정책을 지속하게 되면, 경기회복은 비교적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나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반드시 겪게 될 것이다. 일단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인플레이션 기대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고 임금인상압력이 증대돼 결국 물가상승->금리.임금상승->물가상승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금번 외환위기에 기인한 경제불황은 모든 국민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우리가 현명하게만 행동한다면 우리가 치른 고통에 대한 대가로서 우리 경제의 오랜 체질상의 취약점, 곧 물가상승에 기인한 금리상승, 임금 상승, 환율상승, 무역수지적자 등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금번 경제위기를 계기로 기업구조 및 금융구조 개혁과 함께 우리 경제의 숙원이었던 물가 안정을 정착시킬 수 있도록 경기회복 진행과정과 통화정책을 조화시키기 위한 사전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만일 여기서 성공한다면 우리 경제는 기업, 금융 및 물가 구조 혁신에 성공하여 물가안정과 경상수지 균형하에서 지속적이고 견실한 성장을 지속하게 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