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한 '세계의 CEO'] (23) 'P&G의 전사벤처팀이란'

신제품을 시장에 많이 선보인다는 목표로 혁신을 추구해온 P&G도 한계에 부딪치게 됐다. 상품의 가지수가 많지 않았던 과거에는 신제품을 개발하기가 비교적 쉬웠다. 그러나 요즘처럼 온갖 종류의 상품이 시장에 나와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제품을 내놓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다수 기업들이 이미 성공한 제품을 모방하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인지 모른다. P&G가 다른 기업과 다른 점은 전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있다. 이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설립한 것이 바로 전사벤처팀(Corporate Venture Team)이다. 지난 94년 중반 P&G에서는 경쟁업체를 포함한 미국의 기업을 대상으로 근무환경을 조사했다. 여기서 말하는 근무환경이란 자동화, 복지시설 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이 조사결과 P&G는 다른 기업보다 나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P&G가 원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위기감에서 만든게 전사벤처팀이다. 이 팀의 역할은 신제품을 개발하고 효율적인 혁신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처음에 이 전사벤처팀은 6명의 전담직원으로 출발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새로 설립된 이 팀에 소속되는 것을 꺼렸다. 팀발족 초기단계인 만큼 이 팀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자칫 감원대상이 되는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존 페퍼회장은 전사벤처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무실을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꾸미도록 했고 그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었다. 이 팀은 외부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신제품개발의 프로세스를 구축하기위해 노력했다. 또 신제품을 도입했을 때 성공여부를 미리 예측하는 기준도 마련했다. 혁신적인 신제품을 만들려면 먼저 P&G의 기술역량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고객의 욕구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시장조사를 해야 한다. 정확한 시장조사를 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전사벤처팀의 팀원들은 자신들이 금광을 찾는 광부라고 여긴다. 수많은 정보를 수집, 분석해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낸다는 점에서 광부와 같다는 것이다. 이들 팀원은 고객의 인구통계학적 요인 문화 기술 사회적 요인 정부규제 정치상황 산업동향 등에 관한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가를 찾아가 의견을 듣는다.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평가하는 작업도 철저히 펼쳤다. 아이디어 평가작업은 외부 광고 대행업체와 공동으로 한다. 소비자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는 광고회사 직원들과 협조해 실제 시장에서 어떠한 반응을 얻을 것인지 검토하는 셈이다. 아이디어가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또는 P&G가 실용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꼼꼼이 따진다. 최종적으로는 수익성을 알아본다. 이를 위해선 성공한 제품과 실패한 제품의 차이 등을 분석해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가 소비자들의 구미를 맞출 수 있는 제품을 속속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같은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