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면톱] 한나라당 국회 '보이콧'..세풍 맞은 정국 '혼미'

한나라당이 11일 다시 수면위로 부상한 "세풍사건"에 정면 대응하기 위해 국회를 보이콧하고 나서면서 정기국회 종반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이회창 총재 주재로 주요 당직자회의를 갖고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안택수 대변인은 "당을 공중분해시키려는 여권의 정치적 음모에 맞서 가능한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설 것"이라며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처리와 연계해 심의자체를 거부,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의 국회 보이콧 움직임은 이날 오전부터 각 상임위에서 이미 시작됐다. 법사위는 부패방지법 등 26개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의사정족수가 안돼 취소됐고 과학기술정보통신위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14일로 연기됐다. 또 17개 법안을 처리하려던 문화관광위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거부로 열리지 못했고 건교위는 이정무 건교부장관이 참석하지 않아 법안심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한나라당 소속인 김일윤 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해 버렸다. 이에 따라 오후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당초 17개법안을 처리키로 했으나12개 법안밖에 처리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또 지난해 대선자금을 포함한 여야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요구서가 받아들여질 경우 당 소속 모든 의원을 투입해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자금을 낱낱이 밝혀내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아울러 국정조사요구서가 흐지부지 처리될 것을 우려해 72시간이내 표결처리돼야 하는 천용택 국방부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함께 제출, 이중 하나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안처리 거부 외에 추가적인 중대결심을 할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이날 명동 광화문 신촌 등에서 "제2건국위 추진 반대"홍보물 배포에 나선 것을 계기로 옥외집회 갖는 등 전면적인 장외 투쟁에 나서는 것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미 이 총재와 다른 행보를 견지하고 있는 비주류측이 "이 총재와 당의 분리론"을 주장하는 등 일탈 양상을 보이고 있어 어느 정도 응집력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주류측은 "비주류측이 이회성씨 수사를 당권싸움에 유리한 상황으로 이용하려 한다"며 비난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주류측은 "여권 사주설을 또 들고 나오느냐"며 "자기들 앞가림이나 제대로 하라"는 식의 불쾌한 반응을 보여 내분 조짐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또 국정조사권과 해임건의안 역시 정치공세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고 회기 중 법안처리 거부로도 당면한 위기국면을 돌파하기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특히 여권은 이날 국민회의,자민련 양당 국정협의회를 갖고 해임건의안에 대해 "불가" 입장을 명확히했다. 아울러 양당은 야당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그동안 마찰을 빚어온 각종 현안들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야당을 가라앉히기 위한 유화적인 제스처도 동시에 취하고 있다. 양당 국정협의회는 강력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김훈 중위 사망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한나라당과 협의해 실시키로 결정했다. 일단 야당이 국회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붙잡아두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은 이날 "세풍사건"조사 전망과 관련, "이 총재와 회성씨는 구별돼야 할 것"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정부는 야당총재에 상응하는예우는 항상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이 "세풍사건"으로 이 총재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면서 정치권 일각의 분석대로 정계개편을 뜻대로 이뤄나갈 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물론 여권의 기대와 달리 이번 사건이 영남권 지역정서를 자극, 이 총재의 지역기반이 공고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