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과열 증시의 함정

"시세대로 사주세요" 요즘 증권사 영업창구에는 무조건 주식을 사달라는 고객들의 주문이 빗발치고 있다. 가격은 상관없으니 증권.건설주 등 오르는 주식을 사달라는 것이다. 활황장세에서 "지금 사지 않으면 안된다"는 조바심이 투자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객장은 온통 주문지를 손에 든 투자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주부 아저씨 등 상주 고객 이외에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가지고 찾아온 대학생들도 눈에 많이 띈다. 신용투자로 지난해말 큰 손해를 보고 증시를 떠났다가 본전 생각이 나서 다시 돌아왔다는 투자자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개미군단의 매수열기는 그야말로 용광로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다. 사자주문이 폭주해 전산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고 매매체결이 늦어지는 사태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주가급등으로 이미 원금의 몇배를 벌었다는 소문은 열기를 더욱 불지르고 있다.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 그러나 증시가 열기를 뿜을수록 이를 걱정하는 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리하락으로 돈이 증시로 몰리는 유동성장세를 감안하더라도 요즘의 상승세는 너무 가파르다는 지적이다. 최근의 주식투자 신드롬은 전국민이 미친듯이 뛰어들었던 지난 80년대말의 금융장세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그당시 논팔고 소팔아 주식투자에 나섰던 사람들이 대부분 결국은 "깡통"을 차고 말았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은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송태형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