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국 금융개혁의 과제 .. 마이클 리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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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리드 지난 2년동안 한국의 금융 분야에 몸담을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다. 그만큼 변화가 많기 때문이다. 넓은 의미에서 한국은 현재 재벌의 자본 독점 제한, 저금리 정책, 은행을 통한 중소기업 자금 지원책 등 세가지 접근 방식을 동시에 취하고 있다. 이 정책은 대체적으로 바람직하게 평가받고 있음에도 예기치 않았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이게되자 구조조정을 오히려 늦추고 있다. 금융구조조정은 매우 고통스러운 것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보통은 경영과 감독체계의 문제이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만 해결된다. 우선 한국은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첫 단계로 은행의 재무제표를 정리했다. 이는 단지 일시적인 상황에 불과한 것이다. 구조조정이 기업과 주가에 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앞으로 1년 이상 더 많은 자본 유입, 기업 합병, 구조조정이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재무제표상의 자산은 질적 가치의 하락을 겪게 될 것이다. 금융구조조정에서 또 다른 과제는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널리 이용되고 있는 기술과 경험을 한국 금융상품 중개및 매매 분야에서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신용분석 및 기업 평가 능력, 위험과 수익이라는 개념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 등이 포함된다. 일례로 몇년전까지만 해도 한국 금융상품 중개인이나 기업 오너 등 투자의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할 만한 사람들조차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거둘 생각만 할 뿐 투자에는 손실의 위험도 존재한다는 점을 전혀 생각지 않았다. 이는 투자를 하면 단시간에 고수익을 거두는 데만 초점을 두고 그에 따르는 고위험은 간과하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외국에서는 투자를 할때 위험이 크다는 것을 잘 이해한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 투자자들은 위험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어디에 투자를 하면 얼마나 수익을 거둘 수 있는가만이 주관심사였다. 이는 매우 비현실적인 접근방식이다. 신탁에 대한 책임도 새롭게 받아들여야 한다. 신탁 책임성이나 법적 준수 문제는 규제나 법률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어있어 많은 금융기관이 이를 우회하여 사업하는 방법을 찾게 되고 자연히 신탁업무는 소홀히 하게 된다. 결국 고객의 이해와 금융기관 발전에 방해가 된다. 필요한 기술이나 경험을 외부에서 들여오는 것도 중요하다. 모두들 외자유치에만 급급한데 이미 한국에는 원화자산이 풍부하다. 따라서 외국에서 도입해야 할 것은 기술과 경험이지 자본이 아니다. 새로운 금융 수단과 적절한 저당(mortgage)제도의 도입이 곧 필요하게 될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도 필요하다. 아직도 개혁해야 할 낡은 규제가 산적해 있고 세계적인 기준에 걸맞은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기에 정부의 역할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흥미로운 것은 기존 문제가 정부의 관리 및 감독 소홀 내지는 아예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은데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활동하는 시장 참여자들은 이러한 정부 규제의 허술한 틈을 잘 알기 때문에 자연히 자신들에겐 편리하고 규제는 무시될 수 있는 상황 하에서만 활동했다는 점 또한 문제다. 금융산업 내부적으로 수행해야 할 자구책으로는 우선 금융기관을 경영할 줄 알고 시급한 구제책이 필요한 금융기관을 건전한 기관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능한 새로운 경영진을 찾아야 한다. 다음으로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이 국내 부실 기관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여 세계적인 금융 관련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아직도 국내 일부 경영진은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잘못된 관행을 고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는 폭풍과 폭풍 사이,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있다고 여겨지는 때다. 이 폭풍의 전야에 뿌리깊은 나쁜 관행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 금융시장은 개념상으로는 매우 단순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복잡하다. 그리고 금융 시장을 이해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60%는 잘못 알고 있기가 십상이므로 더욱 어렵다. 이제 한국도 도전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시기에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