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때완 다르다' .. '클린턴 탄핵' 워싱턴의 시각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하원의 탄핵에 직면했다. 미국 역사상 앤드류 존슨에 이어 두번 째다. 하지만 클린턴에 대한 탄핵은 존슨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 존슨에 대한 탄핵은 그의 정치적 신념을 시험한 무대였던데 반해 클린턴 탄핵은 성추문과 연계된 위증 권력남용등 법적.윤리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존슨이 대통령이 된 것은 링컨 대통령이 암살당한 바로 이듬해인 1865년이었다. 당시 정가의 최대관심사는 남북전쟁에 패한 남부지역 재건이었다. 남부의 불만을 무마하고 전쟁의 상처를 빨리 회복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각구성도 여기에 맞춰져 있었다.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당시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는 링컨이 만들어 놓은 내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남부 재건"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의회는 1867년 "상원이 인준한 공무원은 대통령이 해고할 수 없다"는 조항이 들어있는 공무원임기법안 (Tenure of Office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는 "이 규정을 위반하면 탄핵을 받을 수 있다"고 까지 명시했다. 이를 강력히 주장한 사람 중 하나가 당시 전쟁장관이던 에드윈 스탠튼이었다. 존슨 대통령은 이 법이 위헌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 법을 옹호하는 스탠튼 장관을 좋아할 리 없었다. 결국 존슨은 스탠튼을 해임했다. 의회는 이를 의회와 법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고 이를 문제삼아 존슨을 탄핵하기에 이르렀다. 하원이 제시한 탄핵항목은 11개였다. 대부분이 스탠든장관 해임과 관련된 것이었고 유일하게 한 가지 항목만이 의원과 의회에 대한 모욕적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됐다. 상원에서는 35명이 탄핵에 찬성하고 19명이 반대, 3분의 2에서 1표가 모자랐다. 존슨은 간신히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되지 않아 존슨에 대한 당시 하원의 탄핵은 잘못으로 귀결 났다. 공무원임기법은 미국 대법원에 의해 위헌결정을 받는다. 법률에 대한 도전은 탄핵대상이 아니라 법리논쟁 거리였다는 지적이었다. 의회를 모욕했다는 문제에 대해서도 역사가들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해석하고 있으며 권력남용을 일삼은 것은 오히려 의회였다는 견해가 많다. 존슨은 명예를 회복했다. 존슨과는 달리 이번 클린턴 탄핵은 적어도 정치나 신념논쟁은 아니다. 탄핵은 안된다는 여론이 다수이고 민주당 의원들의 이탈가능성도 없어클린턴 자신이 고집한다면 대통령직을 잃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윤리 도덕적 기반을 상실한 클린턴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얼마나, 또 어떤 형태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인 지는 두고 볼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