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Win-Win 전략] '공장을 음식점으로 변경'

갖고 있는 땅을 주변환경이나 시대조류에 맞게 용도변경해서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은 부동산 투자전략의 ABC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4가에서 고기전문점 "양화진"(02-636-3392)을 운영하는 이호선씨는 토지를 과감히 용도변경해서 짭짤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음식점 부지에서 원래 부친과 그가 20여년 가까이 운영해온 봉제공장 터였다. 그러나 중국의 값싼 제품에 밀려 한때 1백명이 넘었던 근로자가 30명으로 줄고, 임금체불은 물론 부도위기에 몰릴 정도로 사업이 부진했다. 낙담끝에 체불임금과 부채를 청산하기 위해 이 토지를 처분할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여러모로 검토한 결과 주변에 사무실과 공장들이 많으나 제대로 된 음식점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씨는 근로자들과 힘을 합쳐 음식점을 내기로 결심하고, 용도를 변경했다. 용도변경은 쉽게 됐다. 서울도심에서 공장의 신.증축은 물론 있는 공장이전을 장려해온 서울시의 도시계획정책과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공장부지에 연면적 1백70평, 2층짜리 소고기 전문점을 마련했다. 육질좋은 쇠고기를 공급하는 거래처도 확보하고, 요리도 직접 배웠다. 음식점 문을 연 것은 97년 5월. 남아있던 근로자 30명중 19명은 다른 공장에 취업하고, 이씨를 포함 12명은 음식점 사업에 매달렸다. 이씨는 직접 손에 물을 묻히며 주방장으로 일했다. 다른 직원들도 주방보조 웨이터 카운터 재료구매 숯불피우는 일 등에 매달렸다. 음식점 장사는 처음부터 비교적 잘 됐다. 젊은 사장이 거리로 내몰리게 된 직원들과 운명을 같이 하기 위해 음식점을 냈다는 얘기가 주변으로 퍼지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많이 찾아줬다. 또 음식맛이 소문나면서 여의도의 연예인들과 넥타이부대가 몰려왔다. 최근 매출액은 한달 평균 4천5백만~5천만원. IMF이전에 비해 30%가량 줄었지만 창업멤버인 11명의 직원들에게 봉재공장 때보다 오히려 많은 봉급을 주고 있다. IMF의 영향을 덜 탔던 작년말에는 이들에게 1백%씩 보너스를 주기도 했다. 이씨가 음식점을 차리는데 들어간 비용은 2억원. 종전의 공장을 그대로 활용, 실내장식과 불판 테이블 의자 등의 집기구입비로만 2억원이 소요된 것이다. 주차장공사 등 웬만한 작업은 그와 직원들이 손수 해결해 인건비를 크게 절약했다. 임대료를 낼 필요가 없는 것도 큰 힘이다. 6개월만에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했다. 이씨는 특히 "실직위기에 놓인 직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보람이 더 크다"고 말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