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98 경제] (4) '산업계' .. 인수/합병 '빅딜' 열풍

내수침체가 이어졌지만 "경쟁"은 사라지지 않았다. 힘빠진 1위의 허점을 노리는 2,3위들의 눈빛은 매서웠다. 상반기 내내 이어진 고금리는 업체들을 영업 전장으로 내몰았다. 좀처럼 변함없던 업계의 판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정부의 의지가 담긴 "빅딜" 협상도 순위 변동에 원인을 제공했다. 기아자동차 삼성자동차 대우전자 한화에너지 등은 내년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점유율을 높이게 된 업체가 생겨났다. 그러나 좁아진 시장은 경쟁에서 승리해도 큰 과실을 주지 않았다. 산업계엔 "잘해야 본전"이라는 피해의식이 퍼졌던 한해였다. 자동차 =판도변화가 가장 심했던 업종중 하나다. 대우가 연초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것을 신호탄으로 현대의 기아 인수,대우의 삼성자동차 인수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업계의 교통정리가 사실상 마무리된 한해다. 판매측면에선 대우의 선전이 돋보였다. 대우는 경차 "마티즈"가 출시후 4개월 연속 1만대 판매를 돌파한데 힘입어올 상반기 승용차 시장에서 25년만에 현대를 제치고 정상을 탈환했다. 대우는 이 기세를 몰아 지난 11월까지 승용차 시장에서 17만여대를 팔아 16만7천여대를 판매한 현대를 3천대 차이로 앞서고 있다. 두 회사는 특히 연말을 앞두고 무이자할판등 막판 접전을 벌이고 있어 승용차 내수 시장에서 어느 회사가 1위를 차지할지 관심사다. 상용차를 포함한 전체 내수판매에서는 현대가 29만2천대로 대우(20만8천대)를 앞서고 있으나 수출 부문에서는 대우가 55만4천대로 현대(50만8천대)를 따돌려 놓고 있다. 현대의 고전에는 정리해고를 둘러싼 장기 파업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무역 =(주)대우가 지난 81년 종합상사 지정 이후 처음으로 수출실적 1위에 올랐다. 대우는 지난해 1백50억달러어치를 수출, 삼성물산(1백64억달러)현대종합상사(1백55억달러)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대우는 이미 지난달까지 전년동기 대비 26.7%가 늘어난 1백65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으며 연말까지 1백8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주)대우의 수위등극은 자동차수출호조와 중소 수출협력업체 발굴 등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금중개무역을 빼면 대우는 삼성 현대에 이어 3위로 밀려난다는게 업계의 계산이다. 가전 =반도체를 포함해 작년보다 수출과 내수가 각각 전년 대비 9.1% 38.7%씩 줄었다. 가전에서는 삼성 LG 대우의 종전 순위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대우전자는 수출시장에서 약진하는 저력을 보였다. 올 매출 추정액이 5조원으로 지난해 보다 30% 가량 늘어난 규모. 삼성과 LG전자가 최악의 내수부진으로 지난해 수준을 밑도는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대비된다. 대우는 그러나 "빅딜" 대상으로 분류돼 삼성전자와의 통합을 앞두고 있다. 반도체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가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삼성은 통합협상에서 멀찍이 떨어져 "본연"의 영업에 충실할 수 있었다. 삼성은 올해 지난해보다 2조원 가량 늘어난 7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순익 규모도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법인 설립을 놓고 협상중인 현대전자와 LG반도체는 매출실적에서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사 각각 2조5천억원 이상의 매출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이동통신 단말기 =삼성 LG 현대 순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현대전자의 시장점유율 급상승이 눈에 띄었다. 작년 8% 내외에 불과하던 현대전자의 시장점유율은 "걸리버" 마케팅 강화에힘입어 올해 20%에 육박하고 있다. 1위는 "애니콜"을 앞세운 삼성전자가 독주를 계속했다. 11월까지 4백55만대를 팔아 점유율을 52%를 기록했다. 조선 =순위에는 변동이 없었다. 조선업계는 환율변동에 힘입어 업체마다 지난해보다 매출이 50% 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조선부문은 3조7천억원을 매출실적을 올릴 전망이다. 대우중공업 조선부문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3조원, 2조7천5백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수주에서도 11월말까지 현대(35억달러) 대우(22억달러) 삼성(21억달러) 순을 유지하고 있다. 정유 =한화에너지가 5위로 추락하고 현대정유가 4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현대가 한화에너지 정유부문을 인수할 예정이어서 내년에는 현대정유가 쌍용정유를 제치고 3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SK(주)는 1위자리를 지켰으나 지난 10월 점유율은 작년말 31.8%(석유류.나프타.LPG 기준)보다 다소 낮아진 28.8%를 기록했다. LG칼텍스정유는 24.8%에서 25.0%로, 쌍용정유는 12.3%에서 12.4%로 소폭 상승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