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헬스레터] '철분과잉증'..주1회 혈액뽑아 정상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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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일반적인 유전병의 하나는 낫모양으로 찌그러진 겸상 적혈구유전자에 의한 철분 과잉증이다. 2백50명중 1명꼴로 나타나고 있다. 겸상적혈구 유전자는 주로 백인에게 우성으로 유전된다. 여자는 남자보다 이 질환이 적게 나타나는데 월경과 출산시의 출혈로 과잉의 철분이 몸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철분 과잉증이 일어나는 이유는 음식물로부터 장이 너무 많은 철분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과잉의 광물질은 정상적으로 골수에 저장된다. 그러나 철분과잉증에서는 잉여량의 철분이 간 췌장 심장 피부 뇌하수체에 축적되어 이들 기관의 세포를 파괴시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4g의 철분을 저장하지만 철분과잉증을 가진 사람은 무려 20g이나 축적된다. 불행히도 이 질환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질환에 걸렸는지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증상이 경미하거나 40대 이상이 될 때까지 거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질환에 걸리면 피로, 체중감소, 관절통증, 성욕감퇴,남성 및 여성 불임,이른 갱년기증후군, 피부회색변색 등의 일반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의사들도 관절염 당뇨병 출혈성심부전 간질환과 같은 다른 질병에 의한 것으로 오인하기 쉽다. 철분이 과잉되면 필수단백질을 만들고 해독물질을 제거하는 간기능이 일차적으로 훼손돼 간경화 및 간암이 일어날 수 있다. 간기능이 나빠져 죽은 사람의 25%가 철분과잉증을 보였다는 통계도 있다. 음주는 간질환을 악화시키므로 철분과잉증 환자는 금주해야 한다. 심장도 부정맥이나 출혈성 심부전에 걸릴 수 있다. 또 뇌하수체에 철분이 쌓이면 성기능을 관장하는 호르몬이 적게 만들어져 고환위축 성욕감퇴 불임이 나타나게 된다. 췌장세포에 철분이 쌓이면 인슐린 분비량이 줄어들어 당뇨가 생긴다. 이에 따라 철분과잉증을 조기발견하기 위해 선별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제기되고 있으나 미국 보건당국은 이를 정기검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선별검사는 비용이 저렴하고 간편하며 조기치료에 유용해 조만간 정기검진에 포함될 것이다. 치료는 소위 나쁜 피를 빼내는 것이다. 1주에 한번씩 5백cc의 혈액을 2년간 뽑아낸다. 5백cc를 뺄 때마다 3개월간 축적된 2백~2백50mg의 철분이 제거된다. 이로써 일단 철분량이 정상치로 회복되면 3~4개월마다 한번씩 피를 뺀다. 이런 치료를 받은 사람은 피로가 줄어들고 당뇨가 쉽게 조절되며 피부도 정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따라서 철분과잉증에 따른 증상이 나타나면 혈액검사와 유전자검사로 조기치료하는 방법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