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가시화되는 이동통신 빅딜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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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투자와 과당경쟁의 표본처럼 돼있는 휴대폰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 분야의 빅딜에 부정적이었던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장관이 물러나고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이 정보통신부문의 빅딜 필요성을 제기한데 이어 김원길 국민회의 정책위의장, 남궁석 신임 정통부장관이 잇따라 빅딜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업체간 합병논의가 깊숙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여당측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현재 5개인 휴대폰업체 수를 3개로 줄이기 위해 인수.합병을 유도하거나 사업교환을 추진하는 시나리오를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은 이미 외자유치에 성공, 외국투자자들이 2대주주로 자리잡고 있어 빅딜은 정부의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업계 내부에서까지 빅딜 당위론이 힘을 얻고 있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휴대폰 5사는 사업성에 대한 판단은 뒤로 돌린채단말기 보조 및 광고물량작전 등으로 신규가입자를 끌어들이기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작년과 금년 상반기 사이의 휴대폰사업 투자비 4조8천억원 중 2조원이 소모성 경비인 단말기 보조금으로 나갔을 정도다. 통신사업의 성격상 사업초기의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고는 하지만 국내 휴대폰가입자 수가 1천5백만명에 달해 이미 포화점에 이르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고 보면 더 늦기전에 구조조정에 착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누적적자로 빈사의 위기에 몰린 케이블TV업계 역시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여진다. 황금알을 기대했던 개인휴대통신(PCS)업체들이 서비스개시 1년만에 평균 3천억원의 적자를 내고 27개 케이블TV 사업자가 출범 3년만에 누적적자 1조원을 넘는 부실투성이로 전락한데는 업자나 정부당국자의 무모와 무지가 큰 원인이 되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휴대폰과 케이블TV의 문제는 이미 출범당시부터 예고됐던 태생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지만 이번만큼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선 안될 것이다. 5대 그룹의 빅딜추진에서도 보듯이 정부가 주도하는 인위적인 시장재편은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휴대폰과 케이블TV업계의 경우 업계 스스로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기에 이른 만큼 정부가 앞장서 무리하게 추진할 것이 아니라 업계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 "자율과 경쟁"을 조화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취약하기 이를데 없는 국내 통신업체들이 21세기의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구조조정도 신규투자도 철저히 이용자의 입장에서 계획되고 시행돼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