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조지 소로스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

세계적인 석학들의 새책 소식이 들려오면 흥분과 함께 궁금증을 참을 길이 없다. 조지 소로스의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김영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여기에서 그의 이전의 저서나 활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세계경제에대한 깊은 성찰과 사색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기본적으로 불완전하다"는 오류성. 이 오류성에 바탕을 두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발전 가능성이 열려 있는 열린 사회"를 구상하는 조지 소로스. 이 책은 소로스에 대한 진면목을 확인하게 해준다. 그는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가 예전처럼 호황과 불황을 왔다갔다하는 시계추처럼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럭비공이 튀듯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위기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금융시장의 반사성과 이에 기초한 "붕.쾅 모델"로 설명한다. 또 시장 근본주의와 결합된 인간 행동이 초래한 세계경제의 위기 상황을 진단한다. 그는 이런 분석을 통해 세계 경제가 거대한 "카지노 자본주의"에 빠져 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그러나 그는 경제적 분석에 그치지 않고 세계경제와 정치의 관계, 자본의 중심국과 주변국의 불평등한 지위를 언급한다. 또 세계 자본주의가 열린 사회의 불완전하고 왜곡된 형태라고 비판하면서 열린 사회를 통해 지구공동체의 번영방안을 제시한다. 소로스의 진단대로라면 최근 몇 가지 긍정적인 조짐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는 향후 몇 년간 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고통을 감내하며 위기 극복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그의 분석의 틀을 잘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경제적인 분야를 뛰어넘어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있는 지구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탐색이기도 하다. 사회주의권의 쇠퇴와 함께 획일적으로 급진전된 세계 자본주의. 하지만 모든 것을 시장원리가 지배해 버린 지금의 세계는 과연 우리가 바라던 길로 가고 있는가? 소로스는 이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함께 풀어내고 있다. 전 인류가 공동 번영할 수 있는 길이 담긴 이 책은 새 세기로 가는 길목인 99년의 화두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자본주의를 대안이라 생각하고 있는 우리에게 좀더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게 할 책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