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해괴한 사정논리

"서상목 의원만 빼고 나머지 의원들은 불구속재판하는 것이 좋겠다" "의원에 대한 국회체포동의안은 아예 상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비리정치인은 형사소송법원칙에 입각해 불구속수사해야 한다는 게 김대중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이다" 검찰이 22일 한나라당 김윤환 의원 등 현역의원 3명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 정치권과 청와대측에서 흘러나온 사정발언이다. 앞의 두 말은 여당인 국민회의 핵심당직자가, 뒤의 것은 청와대 김중권 비서실장이 프레스센터에서 공개적으로 한 발언이다. 이같은 발언이 전해진 23일 오후 서초동 검찰청과 법원은 어의가 없다는 분위기 일색이었다. 누구는 불구속재판하고, 의원체포동의안은 상정하지 않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 핵심이었다. 특히 소장 판.검사들은 "국민들이 웃을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실 법조계에서 보면 일련의 정치인사정 발언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선자금 모금으로 구속된 임채주 전국세청장과의 형평성에 따라 서 의원을 구속하는 것은 수긍이 간다. 하지만 죄질이 가볍지 않은 다른 국회의원의 불구속은 정치적 흥정의 결과로 볼수 밖에 없다. 체포동의안 역시 법원이 국회에 찬반을 물어달라는 법적 절차인데도 상정조차 않는다는 것은 국회의 명백한 직무유기행위로 재판감이다. 정치인사정에 원칙이 없기는 전 정권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고기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