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일자) 국회에서 후퇴하는 규제개혁

지난 22일 국회 재경위 법안심사소위가 사업자단체 복수설립 허용 등의 규제개혁 내용을 담은 공인회계사법 세무사법 관세사법 등 3개 법안을 유보키로 한 것은 심히 우려할 만한 사태다. 가뜩이나 규제개혁법안의 국회 심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번 재경위의 심의보류는 여타 전문자격사단체 개혁법안 심의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규제개혁작업에 차질을 가져올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경위 심사소위에는 과거 관련단체의 회장을 지냈거나 현직 회장인 의원들이 참여해 사업자단체 규제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하니 한심한 노릇이다. 또 일부 규제개혁 법안들은 엉뚱한 방향으로 수정 의결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동안 걱정했던 "이익단체들의 로비에 의한 개혁차질"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체육시설.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하면서 규제개혁위원회가 폐지키로 결정한 볼링장등 체육시설업의 신고의무를 존치하도록 수정 의결했다. 과당경쟁 우려를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기존업자들의 기득권 보호때문이 아닌가 싶다.재정경제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폐지키로 한 증권거래소이사장 등에 대한 정부 임명승인권을 부활시켰다. 금융자율화에 역행하는 처사다. 이같이 규제개혁법안의 심의과정에서 일부 법안들이 보류되거나 내용이 변질될 경우 규제개혁의 본질이 훼손당할 위험이 있다. 특정단체에 대해 예외가 인정된다면 분명 형평의 문제로 비화될 것이고, 이는 곧 규제개혁의 후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어 있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정부가 조속히 확정해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변호사단체가 개혁에 앞장설 경우 다른 단체들의 개혁은 아주 쉽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규제개혁법안이 국회심의 과정에서 변질된데는 정부 각부처의 책임도 크다고 믿는다. 개혁명분을 거스르지 못해 마지못해 내놓았던 규제개혁조항이 국회에서 되살아나기를 내심으로 바랐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법안심의는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관련부처의 관철의지도 입법심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다. 국회의 법안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내용이 변질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해둔다. 만약 국회심의에서 규제개혁의 본질을 후퇴시킬만한 내용의 수정이 이뤄진다면 행정부의 마지막 견제수단인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를 통해서라도 왜곡된 법안의 시행을 막아야 한다. 갈수록 이익단체들의 로비는 더욱 치열해질게 분명하다. 당리당략이나 개인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국민들의 생활편익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규제개혁법안들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해줄 것을 여.야의원들에게 촉구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