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저널] '사형선고와 3년형'

미국인들은 새해초부터 세기적 재판을 지켜보게 됐다. 무대는 상원이고 1월6일부터 개정된다. 피고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다. 죄목은 대배심에 대한 위증과 사법방해 두가지.판사는 대법원장이 맡는다. 재판은 합의제며 유죄가 인정되려면 배심원인 상원의원(100명)의 3분의2가 동의해야 한다. 재판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건의 진상은 이미 백일하에 드러나 있다. 배심원들이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에 대한 예상치도 나와 있다.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민주당의원들은 무죄라고 주장할 것이고공화당의원들은 유죄라고 주장할 것이란 얘기다. 만약 유죄가 인정되면 클린턴은 대통령직을 내놔야 하지만 공화당 출신의 배심원이 55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3분의 2가 동의하는 일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곳의 분석이다. 탄핵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국민여론은 "탄핵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수치는 약간씩 차이가 있었지만 여론조사기관 모두가 일치된 조사결과를 내놓고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 결과를 의심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통계적 조작은 어림없는 소리다. 샘플링에 따른 오류도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미국의 여론조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탄핵을 밀어 부쳤고 민주당은 심히 불쾌해하며좌절을 느껴야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클린턴이 위증도 했고 일부 사법방해한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위증이나 사법방해가 탄핵의 대상인가"라는 게 민주당 의원들의 물음이다. "어떤 재판이든 알맞는 형량결정이 중요하다. 사형선고를 내릴 중죄가 있고 3년형을 요구할 죄목이 있다. 하지만 위증을 했다고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탄핵의 외길로 치닫는 것은 균형(proportionality)이 깨진 행동"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위증과 사법방해는 건국초기 국부들이 생각하던 중대범죄(high crime)라고볼 수 없으며 따라서 탄핵요건(impeachable)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번 사례의 선례가 될 수 있는 재판은 미국 역사상 단 한번밖에 없었다. 1백30년전 앤드루 존슨에 대한 재판이 그것이다. 탄핵과 재판을 받는다는 사실에서는 두 사례간에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죄목과 시대상황 등이 너무 달랐기 때문에 둘을 대비시키기 위한 좋은 선례가 되지는 못한다. 이번 재판에 대한 균형감각을 갖기 위한 것이라면 존슨에 대한 재판보다는 오히려 리차드 닉슨 대통령의 사례가 더 적절할 지 모른다. 클린턴의 사례와는 달리, 닉슨에 대한 의회의 탄핵추진은 거당적(bipartisan)이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인식이 같았다. 상원은 상원대로 하원이 탄핵을 결의만 하면 바로 이어받아 유죄를 인정하고 몰아 낼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국민들도 탄핵을 바라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언론은 말할 것도 없었다. 국민 정치권 언론이 3위일체를 보여준 사례였다. 결국 닉슨은 탄핵전에 물러났고 미국인들은 자부심과 긍지를 느꼈다. 큰 일을 해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클린턴 탄핵에 대한 견해는 사뭇 다르다. 탄핵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는 클린턴에 대한 인기가 오히려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이 이번 의회의 결정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언론들도 탄핵추진에 비판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한 신문은 "철저하게 당리당략(partisan)에 근거한 대결과 증오, 그리고 아집의 산물이었으며, 더 나아가서는 헌법이 규정한 중대국사인 탄핵을 "사소한 일거리 정도"(trivialize)로 격하시켰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불행한 사실은 이런 논조 자체 조차도 어느 한쪽을 편드는 논조(partisan view)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극단적 대결이 빚은 후유증이다. 사태의 심각성에 비추어 많은 사람들은 "견책(censure)"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이 탄핵과정에서 내놓은 것이다. 포드와 카터 전대통령도 이 안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견책안이 한 대안으로 받아 들여지려면 한가지 조건이 있다. 클린턴 스스로가 "위증했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것이다. 민주당의원들 조차도 공개적으로 시인한 사실이지만 클린턴은 아직도 이를 부인하고 있다. 상원이 재판과정에서 이를 어떻게 평가할지를 두고 볼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