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비즈니스] 휴먼 서비스 : 문화산업 .. '한국 현주소'

국내 문화산업은 초라하다. 시장 규모가 우선 그렇다. 97년 기준으로 영화산업은 2천억원을 겨우 넘었다. 음반은 4천억원, 게임산업도 5천억원에 불과했다. 출판 2조4천억원과 비디오 1조원을 합쳐도 4조5천억원 수준이다. 내용은 더욱 취약하다. 영화의 80%, 비디오의 93%, 만화영화의 80%, 게임소프트의 90%가 외국물들이다. 그나마 영화는 스크린쿼터제가 폐지될 위기에 몰려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이미 외국에 안방을 뺏긴 셈이다. 그렇다고 "능력"이나 "자질"문제는 결코 아니다. 애니메이션의 예를 보면 이는 분명해진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애니메이션 대국이다. 종사인력만도 5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57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 가운데 우리가 자체적으로 만든 만화영화의 점유율은 1%가 채 안된다.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하청생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창작으로 인정을 못받는다. 우리 "상표"를 붙이지 못하니 제 값을 못 받는 것이다. 주력 수출상품이 된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문화 수출 규모는 97년말 기준으로 1억8천만달러밖에 안됐다. 그나마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및 출판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고 있다. TV프로그램과 컴퓨터게임분야도 살아나고 있다. 문화 수출은 지난해 3억2천만달러를 거쳐 2003년에는 1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문화산업을 국가기간 산업으로 키운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지만 예산의 뒷받침이 큰 건 아니다. 올해 문화관광부의 문화산업 부문 예산은 작년보다 2백%가 늘어났다. 그래도 금액으론 4백80억원에 불과하다. 미국의 블록버스터 영화 1편 제작비도 안된다. 이런 돈으로 현재 75만명인 문화산업 인력을 2003년까지 94만명으로 늘린다는 것은 어쩌면 "공염불"일 수 있다. 다행히 대기업과 전문 벤처기업들이 콘텐츠산업에 관심을 갖고 관련 사업을 강화하면서 문화산업이 꿈틀거리고는 있다. 특히 게임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95년부터 삼성영상사업단 LG소프트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했다. 중소게임 개발사도 2백여개 이상이 생겨 잇따라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영화쪽도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제일제당이 13%의 지분을 갖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드림웍스는 "딥 임팩트" "이집트 왕자"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고 있다. 심형래씨는 자체 제작하기로 한 SF영화 "용가리"로 칸 견본시장에서 2백72만달러의 계약 실적을 올렸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문화계 종사자들도 예술과 돈을 따로놓고 보는 고루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행히 국민의 정부는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 등은 문화를 포함한 지식산업의 육성을 신산업으로 강조하고 있다. 문화 자체를 상품화해 팔고 이를 통해 한국산 제품의 품질을 높여갈 수 있는 "국가 문화 전략"이 필요한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