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 여사장 다국적기업 이겼다' .. 박명숙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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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영세 화랑을 경영하는 40대 여사장이 스위스의 한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벌인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힘겨운 승리를 거둬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청담동에서 "갤러리 어반아트 컨설팅"이라는 화랑을 경영하고 있는 박명숙(41) 사장. 박 사장이 한판 승부를 벌인 상대는 세계적인 고급가구업체인 비트라. 스위스 기업인 비트라는 독일 미국 등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으며 프랑스 스페인 싱가포르 등 세계 10여개국에 자체 판매법인을 거느리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싸움의 발단은 2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트라의 동남아 담당메니저 등이 국내시장 진출을 위해 판매대행사를 선정하고자 한국을 방문했을 때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박 사장은 자신이 판매 대행사를 소개해주겠다고 나섰다. 단 성사되면 소개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녀가 비트라 관계자들에게 소개해 준 국내 업체는 일신방직(대표 김영호). 소개를 받은 일신방직은 비트라와 한국판매업체로 계약을 맺고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문제는 계약이 성사되자 그녀에게 주기로 했던 소개료를 비트라측이 발뺌하고 나서면서부터 불거졌다. 이후 그녀는 2년에 걸쳐 수십 차례 팩스와 국제전화로 비트라측에 약속했던 소개비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번번히 묵살당했다. 참다 못한 박 사장은 소개료를 약속대로 주지 않을 경우 법적인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비트라에 최후의 통첩을 보냈다. 이 최후의 통첩으로 결국 비트라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2년 동안 완강히 발뺌하던 태도를 바꿔 즉각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온것. 박 사장의 승리에는 소개료를 지불하겠다는 비트라측의 당초 약속이 담긴 팩스 한장이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 팩스 내용을 법정 증거물로 제출하겠다고 강조하자 비트라로서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 박 사장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소개할 당시 받았던 팩스 자료를 증거용으로 보관해 뒀던 게 큰 효과를 발휘했다"고 귀띔했다. 팩스 한장이 없었다면 자칫 승리가 불가능한 아찔한 싸움이었다. 마침내 박 사장은 얼마 전 비트라로부터 국내에서 올린 판매금액의 3% 가량인 7천 마르크를 소개비로 받아낼 수 있었다. 게다가 앞으로도 매년 일정 금액을 소개비 명목으로 비트라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됐다. 박 사장은 "소개비야 얼마 안되지만 약속과 신용을 어긴 다국적 기업을 그냥 둘 수 없었다"며 "한국을 만만히 보던 유럽 다국적 기업의 인식을 바꿔 놓았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