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극기훈련

한국인에게 지난해는 악몽이었다. 특히 실직자, 노숙자, 결식학생, 파괴된 가정의 가족들에게 1998년이 "최악의 해"로 각인돼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악의 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머릿속 의식에만 존재하는 인간이 만든 분류일 뿐이다.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든가 "이 세상은 잔인한 곳"이라든가 "배반당했다"는 남이나 사회에 대한 비탄조의 원망만 늘어놓다가는 모두가 포기상태에 빠지고 만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스케일 큰 마음을 가지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것까지 보이는 것이 아닐까. 또 깊이 생각하는 여유도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육체적으로 건강하려면 적당한 운동과 휴식이 필요한 것처럼 정신적으로 건강하려면 사고 분석 계산, 그리고 과거의 추억에서 잠시라도 정신을 해방시켜 재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현실이 자기에게 불리하다고만 생각하는 부정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신무장이다. 새해 벽두부터 해병대의 극기훈련인 ''동계캠프''에 참가해 정신무장을 새롭게 하려는 지원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소식이다. 모집정원은 1천여명인데 벌써 4천여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어 추첨으로 훈련대상자를 뽑을 계획까지 세워놓았다니 의외다. 지원자 중에는 신세대 청소년은 물론이고 가족단위의 희망자, 중소기업체 임직원, 운동선수, 고교생, 목사 승려 등 종교인도 다수 끼어 있다고 한다. 왠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한다" "안되면 되게 하라" "하면 된다"는 이들의 결연한 의지의 표현인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이 훈련을 통해 체력단련도 하고 귀신도 잡는다는 해병대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배운다면 바람직한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극기"란 본래 "극기복례"라는 유교용어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은 자기의 사욕을 버리고 예로 돌아갈 것을 뜻한다. 감성적인 자아를 의지로 극복해 예법을 갖춘 군자로 돌아가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 훈련에 70년대이후에 태어난 "감각세대"로 불리는 신세대들이 관심을 기울여 21세기의 주역으로서의 인격을 도야하는데도 한몫했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