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면톱] '미국 경제 속이 곪는다' .. NYT 99 경제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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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92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초장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계층간 소득 및 빈부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는등 심각한 내부 취약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타임스는 4일 "99년 경제 전망"특집에서 분배 불균형 빈부 격차 확대 생산성 정체 학력간 격차 심화 사회 복지축소 등 "5대 아킬레스 건"이 미국 경제의 미래에 큰 짐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프랭크 레비(MIT) 셸던 댄지거(미시건대) 에드워드 월프(뉴욕대)등 저명한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이들 "5대 원죄"를 해결하지 않는 한 미국의 경제적 성공은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분배 불균형=레비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소득격차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 지난 97년의 경우 미국 납세자의 상위 0.5%가 전체 미국 소득의 11%를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5%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이비율은 20%로 확대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레비 교수는 "새로운 달러와 꿈"이라는 최근 저서에서 "미국이 사상 최강의 경제력을 구축했다지만 전체 어린이의 5분의 1이 빈곤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호황기에도 이 정도라면 불황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수 없는 정도"라고 개탄했다. 빈부 격차 확대=월프 교수에 의하면 미국인의 20%는 빚이 많은 순채무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미국내 총 재산 가운데 하위 40%의 가계가 점하는 비중은 단 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위 1%의 가계가 미국 재산의 거의 40%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종간 소득 격차도 확대돼 95년 기준으로 흑인 중산층의 평균 재산은 백인 중산층 평균의 단 12%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순채무 인구비율도 백인은 15%에 불과한 반면 흑인은 30%에 달했다. 생산성 정체=미국의 평균 생산성은 50년대와 60년대에 연간 3%대를 기록한 뒤 70년대 이후에는 1%대로 뚝 떨어졌다. 생산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경제가 확대되려면 개인 저축과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늘어나야 하지만 지난 10월부터는 저축율조차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학력간 격차=75년에는 25~34세의 미국인 대졸 남자들이 같은 연령대의 고졸 학력자에 비해 15%의 임금을 더 받았지만, 요즘은 무려 50%의 봉급을 더 챙기고 있다. 더욱이 대학 등록금이 계속 치솟아 저소득층의 진학 기회는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 92년의 경우 하위 25%의 가계에서 40%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데 비해 상위 25%의 가계는 10%만이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구멍뚫리는 사회 안전망=의료보험 수가가 비싸지면서 보험 가입을 포기하는 빈곤층이 늘고 있다. 의료보험 미가입자는 전체의 16%에 달하며, 갈수록 그 수치가 높아지는 추세다. 미국 경제가 첨단-고숙련 기술자 위주로 발전하면서 저급 근로자들의 설 땅이 크게 좁아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50여년 전에는 저임 근로자라도 남부 농업지대나 북부 공업지대 등으로 이동할 경우 새로운 기회와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길마저 사라졌다. "출구"가 막혀버린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