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예대마진 축소할때 됐다

최근 시장실세금리가 크게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아 대다수 은행고객들은 저금리 혜택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대출금리 인하를 강력히 원하고 있지만 과거 관치금융 때처럼 일방적으로 금리인하를 지시할 수도 없는 처지다. 하지만 경기회복을 촉진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국내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위해서도 이제는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본다. 시중금리를 대표하는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지난해 10월이후 급격히 떨어져 최근에는 연 7%대를 유지하고 있고 예금금리도 실세금리와 하락을 같이 했다.하지만 대출금리는 일부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약간씩 낮췄을뿐 가계대출 및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여전히 14~16%대를 유지하고 있어 예대마진폭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8~9월 최고 5.4%포인트를 기록했던 예대마진폭은 아직도 평균 4%포인트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처럼 대출금리 인하가 더디고 예대마진이 확대된되 데에는 몇가지 까닭이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재작년말부터 지난해초 사이에 고금리예금을 대량판매했기 때문에 대출금리 인하를 서두르면 큰 손실이 발생할수있다고 반박한다. 또한 명목상 예대마진폭이 크게 확대됐지만 대손상각 및 경비지출을 고려한 실질예대마진 폭은 선진국에 비해 오히려 작다고 지적한다이밖에 가계대출금리가 높은 것은 가계파산이 늘고 중소기업대출 등 정책금융의 부담이 전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대출금리 인하를 마냥 늦출 수만은 없는 일이다. 우선 고금리예금에 따른 손실발생 문제는 고금리예금의 만기도래로 이미 상당부분 해소됐으며부실채권 발생에 따른 실질예대마진 축소도 정부가 성업공사를 통해 거액의 부실채권을 사들였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예대경비율이 높은점도 과다한 퇴지금지급 및 부동산보유 등 그동안의 방만한 은행경영 탓이 크다. 대출금리를 내리면 당장은 어렵겠지만 기업의 금융부담 감소로 경기회복이 촉진되고 기업도산도 줄어 중장기적으로 은행에게도 이익이 된다. 이제 금융구조조정도 일단락지은 만큼 새해부터는 금융기관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 차례다. 이를 위해 신속하고 친절한 서비스나 신상품개발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예대마진폭을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 그렇다고 관치금융 시절처럼 정부눈치나 보는 소극적인 자세로는 안된다. 감원과 무수익 자산의 대대적인 축소, 그리고 엄격한 여신심사를 통한 부실채권 예방 등 적극적인 효율향상 및 경영개선 조치로 정면승부를 걸어야 한다. 남보다 먼저 이를 실천하는 은행만이 선도은행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길만이 엄청난 세금을 투입해 금융기관을 살려준 국민들에게 보답하고 국민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