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자-나는 이렇게 하겠다] 정재룡 <성업공사 사장>

"되도록 비싼 값에 신속히 부실채권을 되파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그 대상은 내국인 외국인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특히 회생 가능한 기업의 경우 워크아웃(work-out)을 통해 부실자산을 건전자산으로 탈바꿈 시킨뒤 제값을 받고 매각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 지난 5일 취임한 정재룡(53) 성업공사 신임사장은 "지난해엔 금융구조조정에따라 성업공사가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데 주력했지만 앞으론 이 채권들을 잘 다듬어 비싼 값에 파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정사장은 "그래야 수십조원이 투입된 재정자금을 온전히 회수해 국민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경제부 차관보까지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정사장은 그러나 "담보로잡힌 땅이나 건물을 매각할땐 국내 부동산 경기동향 등을 면밀히 따져 매각물량을 조절할 것"이라며 "성업공사의 부동산 공매가 시장에 부담을 주진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되면서 성업공사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주요 업무를 간략히 설명한다면. "성업공사의 가장 큰 업무는 부실채권을 매입해 정리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론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사들인 다음 담보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자산담보부증권(ABS) 등을 발행해 채권을 되파는 것이다. 지난해 금융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성업공사의 업무가 크게 늘었다. 성업공사는 작년중 은행 종금사 등 77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44조원어치를19조9천억원에 사들였다. 이중 현재까지 1조4천억원 어치 정도를 다시 매각했다" -올해 매입할 부실채권 규모는 어느정도로 잡고 있나. "현재 확보된 재원 33조6천억원중 12조7천억원이 남았다. 이 돈으로 금년에도 약 27조원 상당의 부실채권을 추가로 사들일 예정이다" -사들인 부실채권을 어떻게 정리하느냐도 중요하다. 어떤 매각원칙이 있나. "맞는 말이다. 오히려 금년부턴 부실채권 매입보다는 매각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무엇보다 "신속하게 매각하되 가능한 한 비싼 값을 받는다"는 게 원칙이다. 빠른 시일 안에 비싸게 되팔아야 재정손실이 줄고 국민부담도 덜어지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은 성업공사가 부실채권을 해외 투자자들에게만 파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절대 그렇지 않다. 내국인에게도 똑같이 기회를 줄 것이다" -올부터 성업공사가 부실기업의 경영에도 관여할 수 있게 됐는데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회생 가능한 기업에 대해선 출자를 하거나 자금을 제공해 공장을 경영하고 부동산을 개발하는 등의 워크아웃을 벌일 예정이다. 당장 헐값에 팔기 보다는 워크아웃을 추진해 가격을 충분히 올린 뒤 되팔겠다는 얘기다. 성업공사는 이를 위해 미국 유럽 등에서 공장 워크아웃과 부동산 개발 등의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올해도 상반기중에 외국의 전문회사와 합작형태로 자산관리전문회사를 만드는 것도 추진중이다" -자산담보부증권(ABS)발행 등 부실채권 매각을 위한 새로운 방식들이 많이 개발됐는데 성업공사의 실적은. "지난해말 두차례에 걸쳐 약 7천7백21억원 어치의 부실채권을 ABS발행을 통해 해외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ABS의 경우 모든 투자자가 일정 수익을 챙기고 난뒤 남은 이익은 다시 성업공사와 투자자가 일정 비율대로 나눠 갖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도 총 7차례에 걸쳐 약 12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방법은 국내외 시장상황이나 보유자산의 특성 등을 고려해 ABS 발행이나지분참여방식 등 다양한 기법을 동원할 것이다. 요컨대 가장 효율적인 매각방법을 선택하겠다는 얘기다" -성업공사가 ABS발행때 부실채권을 지나치게 싼 값에 넘겼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 않다. 성업공사는 작년말 미국의 론 스타(Loan star)펀드에 5천6백46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팔때 2천12억원을 받았다. 채권원금 대비 약 35.6%의 값을 받은 셈이다. 태국의 경우 이 비율이 약 25%정도에 그친다. 참고로 작년12월말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태국의 부실채권 매각을 실패사례로 꼽은 반면 한국 성업공사의 매각은 성공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역할이 커지고 중요해진 만큼 조직이나 인력관리도 신경을 써야 할텐데. "물론이다. 그렇지 않아도 성업공사는 작년 8월 미국 KPMG의 컨설팅을 받아 조직을 부실채권 정리업무에 맞도록 개편했다. 또 변호사 회계사 국제금융전문가 등 전문인력 66명을 확보하고 연말께 전직 금융기관 직원 7백60여명을 계약직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올 상반기중 3급이상 직원에겐 연봉제를 실시해 조직의 효율을 더욱 높일 생각이다" -기존 직원과 계약직 간의 융화문제나 노사화합 등도 과제인데. "노조간부나 직원들을 만날때 진실되게 대하면 풀지 못할 일이 없다고 본다. 합리적인 의견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사장부터 마음을 열겠다 특히 노사관계의 경우 "상대방이 많이 가지면 내가 그만큼 적게 갖는다"는제로섬(zero-sum) 게임의 이해대립적 관계에서 벗어나 노사가 함께 승리하는윈-윈(win-win) 게임에 의한 공동체적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는게 소신이다" 실제로 정 신임사장은 취임 직전 장기 농성중이던 노조간부들을 만나 흉금을 터놓은 대화를 통해 업무복귀를 이끌어내는 등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