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좀 생각하고 삽시다] (7) '동물휴대증후군'

지난 9일 저녁 무렵 서울 방배동 주택가의 한 수퍼마켓.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동네 여인이 개를 가슴에 안고 카트를 끌고 다니고 있었다. 개는 혀를 내밀어 쌕쌕거리기도 하고 푸드드드하면서 몸을 털기도 했다. 주인이 한 팔과 옷으로 개를 감싸고 있다고는 해도 분비물이나 털 등은 주변사람들에 불쾌함을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개 주인은 주위 시선에 대해서는 개의치않은 채 채소코너며 생선코너등을 여유로이 거닐었다. 보다 못해 한 남자가 나섰다. "거 식품점에는 개좀 데리고 오지 맙시다. 위생문제도 있고 개 싫어하는 사람도 생각해줘야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나 여자는 "누가 짖나"하는 표정으로 남자를 한번 흘끗 쳐다봤을 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묵살로 무안을 당한 남자도 그대로 물러서지는 않았다. "당신은 개하고 같이 밥을 먹는지 모르지만 남들은 그러지 않으니 앞으로 사람 음식 파는데에는 개 데리고 오지 맙시다" 요즘 들어 애완견을 데리고 "아무데나" 나타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주택가 골목 같은데라면 무방하다. 그러나 은행에도 시장에도 지하철에도 버스에도 레스토랑에도 개들을 데리고온다. 심지어 애완동물을 데리고 등교하는 학생도 있다. 남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보다 자기 "개"를 더 위하는게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언제부터인가 급격히 나타난 "동물휴대증후군". 동물을 키우는 것은 물론 개인 기호의 문제다. 그러나 데리고 나다니는 것은 공중도덕과 관계된 문제다. 외국에서는 애완동물을 키우는데에는 관대하지만 이들을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장소에 대해서는 대단히 엄격하다. 우리나라는 기호만 수입했을 뿐 예의는 가져오지 않았다. 최근 현대백화점 반포점은 지하식당가에 "개를 데리고 들어오지 맙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하지만 아직 이런 안내문을 건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개를 허용하는 곳은 "개 데리고 올 수 있음"이라고 명시를 해야한다. 그렇지 않은 곳은 모두 금지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야한다. 재털이가 없으면 으례히 담배 못피는 곳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