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리빙 트렌드] 패션트렌드 : 화장품 .. 가격거품 제거

화장품 가격에서 "거품"이 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외양보다 실속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IMF시대 2년째를 맞아 "거품(bubble)"없는 화장품이 인기 브랜드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실용주의"를 내세우거나 "이코노미"란 꼬리표가 붙은 "버블리스 화장품"이각광받고 있다. IMF경제위기가 터지기 전에는 딴판이었다. 화장품에 관한한 겉모양이 최우선이었다. 고급 용기에 담아 멋지게 포장해서 내놓아야 잘 나갔다. 값은 둘째였다. 이때는 인기상품을 모방하는 "미-투(me-too)전략"이 극성을 부렸다. 효능이야 어떻든 겉모양만 좋으면 팔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효능이 탁월하든지 실속이 있어야 팔린다. 효능이 좋은 제품은 값이 비싸도 잘 나간다. 실속 있는 제품도 마찬가지다. "실속 있는 제품"이란 값에 비해 용량이 많거나 효능이 좋은 제품을 말한다. 올들어 더욱 각광받고 있는"버블리스 화장품"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 대표적 "버블리스 화장품"으로 피어리스의 "드방세 클리어비타"를 꼽을 수있다. 피어리스는 지난해 8월 기존 "드방세"와는 별도로 "드방세 클리어비타"라는자매 브랜드를 내놓았다. 이 화장품은 출시후 월평균 20%대의 매출증가율을 기록하며 효자 노릇을 야무지게 해내고 있다. "드방세 클리어비타"가 인기를 끄는 것은 "실용주의"를 철저히 실현했기 때문이다. 피어리스는 이 제품을 내면서 "거품"을 최대한 제거했다. 용기 재질은 유리(초자)에서 값싼 플라스틱으로 바꿨다. 또 금띠 장식을 없애고 포장을 단순화했다. 여기서 절감한 비용은 용량을 늘리는데 투자했다. 가령 토너는 1백50ml에서 2백20ml로, 에센스는 40~50ml에서 80ml로 늘렸다. 이렇게 용량을 늘리면서도 값은 올리지 않았다. 로제화장품도 "버블리스 화장품"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용기 포장 등에서 "거품"을 뺐다는 점에서는 피어리스와 다를바 없다. 그러나 실속을 키우기 위해 피어리스가 용량을 늘린데 비해 로제는 값을 낮췄다. 이 회사는 지난해 기존 "로제 환희"의 자매 브랜드로 "로제 환희 이코노미"를 출시했다. 투웨이케익의 경우 용기의 크기를 줄이고 장식을 단순화함으로써 2만4천원이던 값을 1만9천원으로 떨어뜨렸다. "로제 환희 이코노미"시리즈는 이름 그대로 "경제적인 가격"을 내세웠고 20대 젊은이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출시 첫해인 지난해 "로제 환희"계열 매출의 30%를 차지했다. 로제는 올해 이 비율을 50%선으로 끌어올리고 내년엔 아예 주력 브랜드로 키울 예정이다. 피어리스나 로제화장품 뿐이 아니다. 대다수 화장품업체들이 "거품"을 제거함으로써 제품의 실속을 늘리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화장품업계 "맏형"인 태평양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지난해 장수 브랜드 "마몽드"를 리뉴얼하면서 "거품"을 뺐다. 스킨의 경우 값은 그대로 둔채 용량을 1백50ml에서 2백ml로 늘렸다. 아울러 기초화장품의 보습기능을 강화, "마몽드"를 20대 숙녀용에서 30대 알뜰주부용으로 바꿔놓았다. 화장품업계의 "거품" 제거 작업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IMF경제위기로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진데다 외국업체들이 시장공략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거품"이 남아 있는 제품으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게 됐다. 화장품업계는 올 한햇동안이 "버블리스" 브랜드가 확실하게 자리를 굳히는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