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재의 돈과 법률] (129) '증여의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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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돈이 생긴다는데 싫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래서 공짜 좋아하면 어떻게 된다는 식의 농담도 쉽게 우리 주변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짜로 무엇이 생긴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가 자기에게 아무런 대가없이 돈이나 물건을 준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이렇게 아무런 대가없이 누구에겐가 무엇을 주는 것을 법률적인 용어로는 증여라고 합니다. 이 증여와 관련해서 때로는 터무니없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오늘은 이 증여와 관련해서 어처구니없는 사연을 한가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중구에 사는 이씨는 친척중에 잘 사는 분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씨가 그 분을 찾아가보니까 그분은 이씨에게 그동안 여러가지로 신경도 많이 써주었는데, 이번에 돈이 좀 생겨 보답을 하겠다면서 이씨에게 상당한 액수의 돈을 증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이씨 말고도 그분의 부인과 아들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부인이 이씨의 친척을 만류하였지만 그분의 뜻이 너무 강한지라 모두들 그대로 그분의 뜻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이씨는 너무 기쁜 나머지 부인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고,그러자 부인은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이 집이니까 집부터 사자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일이 되느라고 그랬는지 주위에 싸게 나온 집이 있어서 이씨는 계약금을 걸고 집을 사기로 계약을 체결했는데, 문제는 돈을 주겠다고 한 친척으로부터아무런 연락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견디다 못한 이씨는 그 친척을 찾아갔는데, 그 친척은 처음에는 이씨를 피하더니 나중에는 일전에 자기가 너무 경솔했다고 하면서 돈을 증여하겠다고한 것을 취소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씨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물어오셨는데,돈을 주기로 한 친척의 부인과 아들을 증인으로 내세우면 돈을 받을 수 있는지도 함께 물어오셨습니다.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기는 한데, 원래 증여를 할 경우에는 서면으로 증여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이상 언제든지 증여의 의사표시를 해제할 수 있도록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증여를 하는 사람이 경솔하게 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막고 또 당사자의 의사를 분명하게 해서 분쟁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씨의 경우 증여를 하겠다고 한 사람이 서면으로 그 의사를 표시한 것이 아니면 당초 증여의 의사표시를 할 때 증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증여의사를 취소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겁니다. 이씨로서는 어처구니없겠지만 실언을 한 친척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는 없으니까 이점을 감안해 집을 사기로 한 계약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겠습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