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스크린] 공포영화 '스크림'..잔혹한 무서움보다 재미

공포영화의 지평을 넓혔던 영화 "스크림"이 주말 개봉된다. 96년말 미국에서 제작돼 1억8천만달러를 벌어들인 작품이다. 처음엔 반응이 평범했으나 10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으며 걸작의 반열에 올랐다. 특이한 것은 영화의 성공으로 주연배우나 감독보다는 시나리오작가가 더욱 주목받았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무명의 단역배우였던 캐빈 윌리암슨은 "스크림"으로 일약 스타작가로 떠올랐다. 이후 스크림 속편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를 만들었다. 이 영화의 인기비결이 무섭거나 잔혹한 "난도질(slasher) 장면"이 아닌 재미있는 대사와 구성에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이전 공포영화들을 절묘하게 비트는 패러디로 각광을 받았다. 영화속에서 난도질당하는 것은 사람 대신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에서부터 "13일의 금요일" "이블데드" "나이트메어" "할로윈" 등 인기 호러영화들이다. 예를 들어 비디오가게 점원인 랜디가 공포영화에서 배역이 살아남기 위한 법칙 즉, "섹스하면 죽는다" "전화를 받지 말 것" "곧 돌아온다는 말을 하면 돌아오지 못한다" "죽은 괴물도 다시 확인할 것" "금발에 가슴이 큰 여자가 가장 먼저 죽는다" 등을 외는 장면은 관객의 공감을 자아낸다. 영화는 시골마을에 할로윈 가면을 쓴 연쇄살인범이 나타나지만 여주인공이 끝내 그를 처치한다는 전형적인 내용이다. 무시무시한 괴물이나 깜짝 놀랄 만한 장면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장면은 어디서 따왔고, 저 대사는 어느 영화에서 나왔는지 곰곰히따져본다면 새록새록 우러나는 재미가 있다. 공포영화 매니아들이 스크림을 "여러번 볼수록 더 재미있는 영화"로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출자 웨스 크레이븐 감독은 전직 철학교수이자 "나이트메어"시리즈 등 26년간 공포영화를 만들어온 호러전문가. 니브 캠벨, 스킷 울리히, 드류 배리모어 등 출연진들은 90년대의 신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화제작이지만 국내 팬들은 외국비디오를 빌려보며 2년간 기다려야 했다. 고등학생들의 폭력장면이 심의에서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