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제청문회를 생각하며..신상민 <본사 논설실장>

경제청문회는 과연 어떻게 될까. 지난번 임시국회 마지막 날(7일) "IMF환란 원인규명과 경제위기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계획서"를 여당단독으로 본회의에서도 처리하기는 했지만,아직도 경제청문회는 변수가 한둘이 아닌 것 같다. IMF사태와 같은 엄청난 일이 빚어진 이상 어떤 형태로든 국회의 국정조사가 있어야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회의 환란원인조사, 곧 청문회에 대해서는 거부반응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그러하다. 기본적으로 국회의원들의 국정조사능력이나 자세에 대한 신뢰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보청문회등 선례를 되새겨보면 결코 부당한 편견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고함이나 지르다가 결국에는 여.야 공동의 조사보고서 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는 청문회라면 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 바로 그런 점에서 IMF환란조사는 케네디 암살사건후 미국이 구성했던 워렌위원회(위원장은 당시 대법원장)와 비슷한 조사위원회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국회에서 권능을 부여한 자질을 갖춘 조사위원들이 수개월에 걸쳐 충분히 조사하고 정치적 이해와 무관한 입장에서 결론을 내리도록 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이유로든 야당인 한나라당이 IMF환란조사에 불참한다거나, 그렇다고 해서 여당 단독으로 청문회를 한다면 양쪽 모두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조사위원회 여.야비율 증인채택 등을 놓고 팽팽히 맞서 있는 현재의 상황으로 미루어 그런 꼴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면 워렌위원회와 같은 기구에 맡기는 것이 여.야 모두를 위해 더욱바람직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환란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서는 YS집권후반기 경제정책들, 원화고평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정리해고제도입논란 한보문제 부도유예협약 금융개혁난항 기아처리지연 등에 얽힌 사연들을 모두 당연히 되새겨 봐야 한다. IMF체제 직전 외환위기의 심각성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됐느냐가 초점이었던 감사원과 검찰조사보다는 훨씬 더 포괄적이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검찰조사에 서면으로 답변했던 것과는 별개로 YS의 증언이 있어야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전직 대통령이 청문회 증인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절대로 아니지만, 청문회를 한다면 YS의 증언은 어떤 형태로든 필수적이다. 97년 초반의 정리해고제 파동이나 기아문제 처리지연에 대해서는 당시 집권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물론 현 여당에서도 증언해야 할 대목이 없지 않다는게 일반적인 인식이기도 하다. 바로 그런 측면에서도 청문회 증인채택에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 IMF환란조사는 정당과 테크노크라트간 역할과 책임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마당이 돼야한다. 주요한 경제정책에서 당이 해야할 역할은 무엇인지, 사실상 아무런 역할이 없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이고, 앞으로도 그래서 좋은지를 생각해보는 자리가 돼야한다. 수많은 당시의 집권당 국회의원중 강경식씨 외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현실, 그것이 우리 정당정치의 참 모습이다. 그렇게 국정과 무관한게 집권당이라면 그것이 있어야할 필요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환란과 초점이 맞지 않는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IMF사태는 따지고 보면 국정운영의 총체적인 결과다. 전혀 경제를 몰라도 정치를 할 수 있는 풍토, 몸만 튼튼하면 머리는 빌릴 수 있다고 믿는 정치인, 그를 선택한 국민이 함께 만들어낸게 IMF사태다. 누가 누구를 탓하는 자리가 아니라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빚어지지 않으려면 정당은, 그리고 국민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장이 돼야할게 IMF환란 국정조사다. 실무관료들이나 닥달하는 자리로 그쳐서 안될 것은 물론이다. TV로 생중계되는 청문회에서 비논리적으로 고함만 지르는 국회의원이 어떻게되는지는 멀리는 매카시청문회에서, 가깝게는 5공청문회 이후의 선거에서 드러났다는 점도 되새길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