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과학] '달력' .. 음력, 양력보다 과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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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24시간이고 1년은 3백65일이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이 진실을 알기 위해 인류는 수천년간 하늘의 해와 달, 별들과 씨름을 벌여왔다. 그리고 그 오랜 세월동안 이뤄진 탐구의 결과가 바로 달력이다. 고대 그리이스와 로마, 중세유럽을 거쳐 근대에 이르는 수천년동안 달력은 모습을 바꿔가면서 자연의 시간에 접근해가고 있다. 달력을 만드는 목적은 인간의 생활을 자연의 흐름에 맞게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오랫동안 천문학이나 수학등 모든 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해가며 자연의 시간에 가장 가까운 달력을 만들려 노력해왔다. 그만큼 달력속에는 우리가 생각치 못한 과학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달력의 유래 =고대로부터 인간이 사용해온 달력은 두종류가 있었다. 달의 주기를 이용해 만든 태음력과 태양의 주기를 기초로 만든 태양력이 그것이다.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달력과 거의 유사한 달력이 등장한 것은 기원전 46년이다. 율리우스 시저는 이집트를 원정할 때 "율리우스력"으로 불리는 새 달력을 만들었다. 이 달력은 오늘날과 같이 한 달의 길이를 31일(홀수달)과 30일(짝수달)로 번갈아 넣었다. 평년을 365일로 하기 위해 2월에서 하루를 떼어 29일로, 윤년인 경우는 30일로 했다. 그러나 16세기들어 율리우스력에 따라 표시된 부활절이 실제 성경의 기록과 차이가 나 종교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로마 교황 그레고리 13세는 본래 지키던 부활절로 날짜를 되돌리기 위해 달력을 바꾸었다. 이 과정에서 날짜가 열흘씩 앞당겨지게 됐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양력은 바로 "그레고리력"이다. 그레고리력은 아직도 완전한 1년보다 매년 약 25.96초가 빠르다. 이 때문에 4년에 한번씩 윤년을 두고 있다. (그러나 끝이 100단위로 끝나는 해가운데 앞 숫자가 4의 배수가 아닌 해는 윤년이 아니다) 태양력에 비해 태음력은 기원전 2637년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역법이다. 음력은 60년을 큰 주기로 순환하는데 그 60년은 다시 12년을 주기로 하는 5개의 작은 주기로 이루어진다. 양력과 음력, 어느것이 더 과학적인가 =한달의 길이를 정하는 방법에서 음력과 양력간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양력의 경우 해의 운행만을 고려하므로 한달은 해가 황도위를 한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을 12로 나누어 그것을 한달의 길이로 정하면 된다. 이를 수식으로 표시하면 1년의 길이를 365.25일이라고 할때 한달은 365.21일/12=30.44일이다. 따라서 큰달은 31일, 작은달은 30일로 교대로 배열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금 쓰이는 그레고리력은 2월의 경우 28일이고 7월과 8월은 모두 31일로 들쭉날쭉하다. 매달 해의 운행이 일정한 점을 고려하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수 있다. 이에비해 음력은 자연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다. 한달의 길이를 정할 때 양력은 1년을 12로 나눈데 비해 음력은 달의 주기를 기준으로 삼았다. 즉 음력에서는 달의 모양이 초승달-상현달-보름달-하현달-그믐달순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그 주기인 약 29.53일을 한달의 길이로 정했다. 이에따라 음력에서는 한달의 길이가 29일 또는 30일이 되는 것이다. 결국 음력은 양력보다 천체의 운행을 보다 더 정확하게 반영하려고 했던 달력이라고 할수 있다. 달력의 비과학적 측면 =달력은 과학의 산물이다. 그러나 의외로 비과학적인 측면이 많다. 2월만 30일이 없다. 1,3,5,7,8,10,12월은 31일까지 있지만 2,4,6,9,11월은 30일까지만 있다. 이같은 비과학성은 왜 생겨났을까. 역사에 영원히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는 고대 로마 황제들의 오만과 독선이 이같은 왜곡을 만들어 냈다. 기원전 46년 시저는 율리어스력을 만들면서 1년의 시작을 3월에서 1월로 돌려 놓았다. 고대 서양에서는 한 해의 시작을 춘분날로 보고 춘분이 들어있는 달을 1월로 했었다. 시저는 그러나 달력을 계절에 맞추기 위해 기존의 1월을 3월로 하고 그 앞에 새로 두달을 넣은 것이다. 이에따라 모든 달이 2개월씩 미뤄져 5월이었던 퀸틸리스가 7월로, 10월을 의미하는 디셈버는 12월이 됐다. 황제들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시저는 또 생일이 있는 7월을 아예 그의 달로 정했고 아우구스투스도 8월의 원래이름인 섹스틸리스를 아우구스투스(Augustus)로 바꿨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시저의 달인 7월은 31일이었으나 아우구스투스의 달인 8월은 짝수 달이어서 30일까지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자존심이 상한 아우구스투스는 8월을 31일로 만들기위해 2월에서 하루를 빼앗아 온다. 그래서 2월은 평상시에는 28일, 윤년에는 29일이 되었다. 그러자 7,8,9월이 연달아 31일이 되었다. 이것을 피하기위해 아우구스투스는 9월,10월,11월,12월의 숫자를 모두 바꿔버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