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케이스 스터디) '전자상거래와 개인정보 누출'

언스트앤드영이라는 자문회사가 금년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소매업자들중 41%는 이미 소비자와 전자상거래를 하고 있고 22%는 그것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멀지않아 미국 소매산업의 경쟁구조는 전자상거래에 의해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 그러나 전자상거래가 주요 소매수단으로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텍사스 A&M대학의 지멘스키 교수가 발표한 조사결과는 매우 시사적이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전자상거래에서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문제는 신용카드번호와 같은 개인신상정보의 누출과 악용이라는 것이다. 일단 이러한 문제를 느낀 소비자는 전자상거래에 잘 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편리한 거래, 심도있고 다양한 정보제공, 저렴한 가격 등과 같이 일반적으로 열거되는 전자상거래의 장점은 개인신상정보의 누출과 악용이라는문제 앞에서 더이상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마케팅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객관적 증거를 나열하며 개인신상정보의 누출과 악용이 없음을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은 그 누출과 악용에 대한 소비자의 의구심을 없애기보다 오히려 가중시킨다고 한다. 반면 여러 간접적 통로로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심어주다보면 그러한 의구심은 자연히 사라질 수 있다. 신뢰감을 간접적으로 조성할 수 있는 길은 크게 두가지로 하나는 소비자와의 대면접촉(face-to-face interactions)을 강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브랜드를 내세우는 것이다. 대면접촉이 잦아질수록 접촉자들간의 친숙도는 높아지고 이로인해 신뢰감도 높아질 수 있다. 이는 굳이 많은 사회 심리학적 이론들을 대지 않더라도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경험되는 것이다. 보통 전자상거래 소매업자는 컴퓨터의 가상공간에 쇼핑몰을 꾸미고 이 안에 제품을 진열한다. 소비자는 마우스를 이용해 쇼핑몰 안을 이러저리 다니며 진열된 제품들을 검색하고 구매한다. 구매하지 않고 단순히 제품검색만 하는 소비자가 있을 때 그를 그냥 제품검색만 하게 놔두면 안된다. 대신 과거 그 쇼핑몰에서 그가 검색하거나 구매한 내용을 보관하여 그의 제품검색중에 제공함으로써 그와의 대면접촉을 자연스럽게 강화시킬 수 있다. 대면접촉은 가상공간이 아닌 현실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예를들어 제품검색이나 구매에 관한 기록을 전화나 우편으로 소비자에게 자주 제공하여 대면접촉을 강화시킬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유명한 브랜드일수록 소비자의 신뢰도는 커진다. 정보경제학적 관점에서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소매업자가 장기간 곁에 남아있을 것임을 암시해준다. 이 암시를 통해 소비자는 신뢰감을 느낀다. 신뢰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한 대면접촉이나 브랜드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투자가 장기간 기약도 없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결국 많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듯 기술, 창의성, 순발력만으로는 전자상거래에서 하나의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이에 덧붙여 그런 함몰비용(sunk cost)을 많이 지불할 능력과 자세를 갖추어야만 치열하게 다가올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다. 여기서도 기존 경영전략의 기본원칙은 적용되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소규모 창업자들이 인터넷을 무기로 소매업에 뛰어들고 있다. 당연히 이들 대부분은 많은 함몰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 어쩌면 전자상거래에서도 월마트, 노드스트롬과 같은 기존 대형 소매업체들만이 소비자의 사랑을 듬뿍 받을지 모른다. 현용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