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대출금리는 내려야 하지만

은행예대마진이 일본이나 대만보다 지나치게 높다는 대통령의 지적이 있자 재경부 등에서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있다고 한다. 예대마진이 적정수준이상인 은행에 대해서는 한은의 총액대출한도자금 배정시 불이익을 주는등 대출금리를 내리기 위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란 얘기다. 그동안 예금금리는 크게 떨어졌지만 대출금리는 별로 낮아지지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농.수.축협 일부조합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자체가 19%(비조합원 기준)로 실제 적용금리는 20%를 웃도는 경우가 적지않다는게 한은조사결과다. 시중은행도 예금금리가 떨어진 만큼 대출금리가 낮아지지 않았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한은조사에 따르면 작년11월중 은행평균 대출금리는 11.97%로 평균예금금리7.46%보다 4.51%포인트 높다. 실세금리라고 할 3년짜리 회사채유통수익률이 8%대인 것을 감안하면 대출금리 11.3%(12월중 시중은행 대출평균금리)는 지나치게 높다고 보는 것이 옳다. 바로 그런 점에서 대출금리를 내리도록 유도하려는 정부방침은 타당하다.그러나 왜 이 문제를 대통령이 지적하고 나서기 전에는 가만히 있었는지, 또대통령의 지적이후 관계당국이 보이고있는 반응은 과연 적정한 것인지, 정말 생각해봐야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한마디로 전시대적인 느낌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일면이 있다. 우선 이런 문제까지 대통령의 지적이 있어야 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답답한일이다. 은행 예대마진이 97년6월 1.8%포인트에서 작년11월 4.51%포인트로 높아졌다는 한은발표가 있은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은행거래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같은 한은발표에 앞서 예금금리는 크게 떨어졌지만 대출금리는 별로 내리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런데도 재경부.금감원.한은에서 대출금리를 내리기 위한 이렇다할 조치가 없었던 것은 무엇 때문인가. 전체적으로 은행부실이 심한 상황인만큼 경영개선을 위해 예대마진을 높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봤다면, 그 또한 논리적으로 있을 수도 있는 상황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지적을 전후한 상황전개를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기 때문에 문제가있다고 느낀다. 무사안일한 행정, 자율신경이 결여된 일처리가 원인이라고 본다. 문제의식도 없이 있다가 대통령의 지적이 있자 즉각적인 반사작용을 하는 양상은 아닌지 모르겠다. 자칫 과잉반응을 일으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워지는 것도 당연하다. 예대마진문제는 대출금리인하은행에 대한 인센티브부여등 간접적인 유도방식으로 해결해야할 일일 것은 당연하다. 자율신경이 작동하는 성숙된 행정이라면 이런 얘기는 할 필요도 없는 성질의 것이지만, 오늘의 금융행정은 기우를 떨쳐버리기 어렵게 하는 점이 결코 없지 않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