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자) 대치정국 대화로 풀어야

한나라당의 마산 장외집회를 계기로 고질적인 지역감정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마산집회의 여세를 몰아 장외투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인 반면 여권은 지역감정 조장 행위를 엄단한다는 방침을 천명하고 있어 여야의 대립이 지역감정 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돌이켜 보기조차 고통스러울 정도로 지역감정은 수십년동안 이나라의 정치발전을 가로막은 장애물이자 국민단결을 저해해온 암적 요인이었다. 다행히 IMF국난을 계기로 지역감정의 청산 없이 국가발전은 있을수 없다는 국민적 각성이 일어나고 이같은 각성이 헌정사상 최초의 선거를 통한 여야정권 교체를 가능케한 배경이 됐다고 해도 과장된 해석은 아닐 것이다. 새정권 출범과 더불어 망국병인 지역감정이 영원히 근절되길 국민모두가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국민적 여망은 또다시 지역감정을 볼모로 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악습이 되살아나면서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나라당의 마산집회에서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들이 난무하고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할 정도의 악성 유언비어가 유포되는 등 우리가 우려했던 상황이 그대로 현실화되고 말았다. 물론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데는 여야 가릴것 없이 정치권 모두의 책임이 크다.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에 나서게 된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 여당은 입으로는 민주주의와 정치개혁을 내세우면서도 여대야소를 만드는 과정에서나 법안 변칙처리과정에서 보듯 민주적 절차보다는 물리적힘이나 권력을 믿는 정치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의 장외투쟁, 특히 지역감정이 팽배한 지역에서의 장외투쟁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삼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지역 민심과 야당의 정부 비판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설령 야당의 논리가 타당하다 하더라도 지역감정의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대명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명분은 없다고 본다. 정부 여당은 지역감정의 과거사를 논하기 앞서 감정치유의 1차적 책임이 집권세력에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지역경제 악화를 지역감정과 연관시키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시도가 먹혀드는 이유를 심각하게 자문해 보아야할 일이다. 여권 일각에선 "지역감정 조장자 처벌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들리지만 지역감정 조장 행위에 대한 법률적 판단 자체가 시비가 될수 있다고 볼 때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지않아도 대치정국의 장기화가 경제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판에지역감정공방까지 불거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런면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25일 한나라당의 제의를 받아들여 여야 총재회담 준비를 지시했다는 것은 퍽 다행한 일이다. 여야 모두 대승적 차원에서 대치정국을 대화로 풀길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