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자) 다보스회의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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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정치.경제.문화계의 주요인사들이 해마다 스위스 다보스시에 모여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에도 오는 28일부터2월2일까지 열린다. 이번 회의의 공식의제는 "유로화 출범의 영향"이지만 이밖에 최근 악화된 브라질 외환위기를 계기로 여전히 불안한 상태인 국제금융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 역시 이문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기대한다. 그렇다고 유로화 출범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유로화는 달러 및 엔과 함께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핵심 통화로서 유로화 출범은 장차 세계경제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엄청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유로화 출범에 따른 중장기적인 파급영향의 분석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국제금융시장의 동요가 너무 심각해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돼야 온국민의 경제난 극복노력이 열매를맺을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도 세계화 및 국제질서 급변에 따른 영향을 생각할때 다보스회의에서의 토론은 우리의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한예로 미국의 저명한 금융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을 금융위기 방지기능을 가진 국제중앙은행으로 전환시킬 것을 제의했다. 소로스는 최근 브라질이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한 후 금리를 올린 것은 IMF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서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고 IMF가 "채무국 뿐만 아니라 채권단에도 조건을 부여했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 통화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고금리 정책을 강요해 결과적으로 당사국의 경제를 침체로 밀어 넣었다는 비판이 이미 지적됐으며 IMF도 잘못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브라질에서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는 까닭은 현재의 IMF가 금융위기 당사국들의 채무이행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로스의 지적이 아니라도 지금의 국제금융시장은 채권국의 이익만 챙길 여유가 없을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다. 특히 브라질 중국 러시아 아시아 등지의 금융위기 뿐만 아니라 선진국 자신의 거품발생도 심각하다는 걱정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나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우리경제가이같은 위기상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물론 다보스회의는 서방 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의와 같이 세계경제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리는 정책당국자들의 공식적인 모임은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러한 이유때문에 자국의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공식적인 입장을 떠나 좀더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고 지금의 위기상황을 헤쳐나갈 방안에 대해 얘기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즉 다보스회의는 당면한 위기극복을 위해 세계인의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