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좀 생각하고 삽시다] (16) '공연장 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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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때 서울의 한 영화관. 성인영화답게 스크린에서는 여주인공과 동생 약혼남 사이의 베드신이 한창 뜨겁게 펼쳐지고 있었다. 장내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순간 정적을 깨고 한 아이의 투정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집에 가자~". 주위의 시선은 일제히 소리나는 쪽을 향했다. 주변의 눈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여자가 아이들의 팔을 잡은 채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조용히 해. 너 집에가면 혼난다"고 입으로는 아이들을 달랬지만 눈은 여전히 스크린을 향하고 있었다. 영화를 향한 대단한 열정이었다. 하지만 다른 관람객들의 시선은 그리 고울 수 없었다. 수백명이 모인 극장,영화에 집중하던 분위기가 일시에 깨졌기 때문이었다. 영화관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관객의 행동에 의해 배우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연극공연중에도종종 이런 일이 생긴다. 물론 아이 가진 부모도 남들과 똑같이 영화나 연극을 보고 싶어할 것이다. 또 극장에는 가야겠고 딱히 아이들을 맡겨 둘 곳도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연 관람에는 분명 문화가 있고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공연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다른 관람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예절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어린이가 볼 수 없는 영화에 아이들을 동반하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문제다. 아이들이기에 그들은 아무런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결국 아이들은 부모가 즐기는 동안 같은 정도의 지루함에 괴로워할 수 밖에 없다. 극장안은 그만큼 더 소란스러워진다. "내 돈 내고 들어왔는데 왜 간섭을 하느냐"고 주장하기 보다는 옆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가 나처럼 영화나 연극을 관람하기 위해 대가를 지불했다는 사실을 먼저 생각한다면 최소한 이런 행동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