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금주의 테마) '금리하락의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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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석 지난해 외환위기를 겪으며 치솟았던 금리가 최근 사상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대표적인 금리지표로 사용되는 회사채수익률이 7~8%대까지 떨어졌고 좀처럼 안정되지 않았던 대출금리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는 경기 뿐만 아니라 기업의 수익, 가계의 이자소득, 환율, 주가 등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경제변수다. 따라서 많은 경제학자들이 금리의 결정 메커니즘과 예측방법을 연구해 왔고 바람직한 금리정책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금리는 돈을 빌리려는 수요와 돈을 빌려 주려는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기업이 설비투자를 하기 위해 차입을 늘리거나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자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므로 금리는 상승한다. 또 인플레이션이 지속돼 정부가 유동성 공급을 줄이거나 가계의 저축이 감소하면 자금 공급이 줄어들어 금리는 상승압력을 받는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는 경기침체기에 금리는 하락하며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고 물가상승이 높아지는 경기호황기에는 금리가 상승한다. 그동안 고도성장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금리는 기업의 투자증대와 높은 물가상승으로 12%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외환위기 와중에는 20%이상의 초고금리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경기침체로 기업의 투자가 감소하고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차입을 줄이자 금리는 본격적인 하락세에 진입했다. 지난 98년 기업의 설비투자는 97년에 비해 약 45%나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리 하락의 원인은 또 있다. 정부의 통화정책이다. 경기가 침체되면 정부는 내수경기를 부양하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금리하락을 유도하게 된다. 국내 실업률이 8%대에 육박하는 등 아직 실물경제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당분간 저금리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하락하면 기업은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므로 투자를 늘리게 되고 가계도 저축을 하기보다 소비를 늘리게 돼 내수부양과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금리하락의 효과는 기업의 부채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현재 상장기업의 3분의 1이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으로는 이자를 갚기도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다. 만약 기업의 부도사태가 다시 재연된다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늘어나고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금리가 하락하면 기업들의 이자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부도위기에 몰린 많은 기업들이 회생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물론 금리하락으로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과거와 같은 차입경영의 악습이 되풀이돼서는 곤란하다. 엄격한 금융감독과 금융기관들의 여신관리를 통해 기업들이 부채를 상환하고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금리하락은 환율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국내금리가 하락하면 외화자산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 따라서 외화수요가 늘어나 외화 가치는 상승하고 원화 가치는 하락압력을 받게 된다. 원화 평가절하는 수출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므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외채를 갚아나가는 데에 기여할 것이다. 반면 금리하락이 경제에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활성화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경제 진단을 잘못해 금리를 인하하는 경우에는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이때 금리인하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아서 물가와 부동산 가격을 가파르게 상승시키고 과잉투자, 경상수지 적자, 환율상승 등 부작용을 몰고온다. 미국이 지난해 달러강세와 신용경색 등 금리인하를 단행할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계속 망설였던 것은 자칫 금리인하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리인하만으로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금융부실과 재정정책의 비효율성 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저금리도 별다른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올 수 없다. 결국 금리는 경제 상황에 따라 변하게 된다. 정확한 경제진단을 통해 시장 금리가 적정 수준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게 정부의 역할이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현황과 구조조정 과제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당분간은 금리하락으로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많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