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통일영웅의 숨가쁜 일대기..KBS '왕건' 10월 방영

자주적으로 통일을 이루고 대륙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했던 나라 고려. 하지만 고증이 어려운데다 고려 왕조를 부각시켜온 북한의 역사관 등 여러 이유때문에 고려사는 지금까지 TV 드라마 소재로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이런 고려의 역사가 대하드라마 "왕건"으로 부활한다. "용의 눈물"로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김재형 PD와 작가 이환경씨가 다시 호흡을 맞춘다. 방송은 오는 10월2일부터 시작돼 2000년 12월말까지 장장 15개월동안 총 1백20회동안 계속될 예정이다. 드라마는 궁예의 부하로 들어간 왕건이 후삼국의 발흥속에서 통일 왕조인 고려를 세우는 과정과 그가 숨을 거둘때까지의 일대기를 그린다. 수많은 난관 속에서도 뛰어난 처세술로 자신의 입지를 확립한 왕건의 정치적 수완과 통치 사상에 드라마의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제작진은 실감나는 화면을 위해 오는 4월부터 문경새재 제1관문 주변 1만여평에 대규모 오픈 세트를 만들고 고려의 왕궁터인 만월대를 비롯한 주요 유적지를 재현할 계획이다. 최상식 드라마국장은 "3년전부터 고려시대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대하드라마를 기획해왔다"면서 "지금까지 KBS 드라마국이 쌓아온 역량을 이 드라마에 모두 쏟아붓는다는 생각으로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최국장은 "개성에서 드라마 촬영이 가능하도록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덧붙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워낙 큰 규모로 기획된 드라마인 만큼 제작진의 각오도 남다르다. 작가 이씨는 고려사를 비롯한 각종 역사 문헌외에도 왕건과 관련된 논문 50여편을 숙독, 드라마의 전체 줄거리를 잡아 놓았다. 그는 "왕건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고려 건국에 큰 역할을 했던 주변 인물들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부각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출은 맡은 김PD는 "고려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드라마라 솔직히 부담이 앞선다"면서 "남북한의 통일 해법을 왕건의 정치사상인 합의 정신에서간접적으로나마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PD는 "건축물 의상 등 각종 소품들의 고증에 만전을 기해 사실감을 최대한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