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충북은행과 정치권 외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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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경제는 흔히 분리돼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그런 적이 없었다. 경제가 정치를 만들고 정치가 경제를 좌우했다. 작년 6월 퇴출되지 않고 살아남은 충북은행이나 빅딜(사업교환)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힘"의 각축을 지켜보면서 정치와 경제의 그런 역사적 관계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최근 진퇴양난속에 홍역을 치렀다. 원칙과 외압으로부터의 "절연"을 강조했지만 작년에 비해 힘이 크게 빠지고 원칙이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했다. 충북은행쪽은 세게 밀어붙였다. 지역 정치인과 상공인들이 대거 가세했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역은행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 그들이 나선 유일한 명분이자 근거였다. 청주에 공장을 둔 LG반도체를 비롯 빅딜업체 공장이 있는 지역에선 예외없이지역논리 정치논리가 판쳤다. 그렇다면 정치와 경제의 이런 뒤섞기는 어디까지 용인돼야 할까. 책임이 분명해지면 그만이다. 공장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그로인해 발생하는 손실에 책임을 지면 된다. 충북은행도 마찬가지. 우선 금감위 등 곳곳에 은행 구명운동을 했던 인사들은 솔선수범해 증자에 참여해야 한다. 충북은행도 그들에게 증자자금을 더 내놓으라고 요구해야 한다. 정부는 합병을 하지 않는 은행에 혈세를 투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생존할 체력을 갖추면 누가 시비를 걸겠는가. 충북은행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은행 덕을 많이 본 사람들이어야 한다. 문제는 그런 정치논리 지역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과거에 대부분 무책임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은행과 기업을 살리기보다는 자신의 이익과 안전을 위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손실을 감당할 능력도 거의 없다. 따라서 은행과 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려거든 자신이 어떻게 손실과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지 답해야 할 것이다. 정치와 경제의 유착은 역사적으로도 그런 책임과 이익이 일치하는 방향에서 타당성을 가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