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세계개혁 공감 .. '폐막...무엇을 남겼나'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이 6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일 폐막됐다. 세계 각국에서 1천6백여명의 정계 경제계 학계 지도자들이 모인 이번 회의에서는 "책임있는 세계화-세계화 충격의 관리"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세계 경제체제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부각시킨 점이라 할 수 있다. 참석자들은 비록 구체적 개혁의 방향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현재의세계화 체제가 많은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이 약한 개도국들은 다보스를 무대로 삼아 서구식,그중에도 미국식 세계화의 폐해를 통렬히 비판했다. 국제금융시스템 개편 =회의 기간중 가장 관심을 끈 쟁점이었다. "카지노 자본주의"로 불리는 작금의 국제 금융시장에 수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정작 어느 부위를 어떻게 수술할 지에 대해서는 저마다 의견이 달랐다.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를 놓고 미국측은 "헤지펀드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경향이 있다"(로렌스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며 반대입장을 폈다. 반면 야쉬완트 신하 인도 재무장관 등 개도국 참석자들은 "자본의 유출입이통제되지 않으면 개도국들은 피폐화될 것"이라며 직접적인 규제방안 마련을촉구했다. 또 게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투기적 자본 이동이 세계 경제의 안정을해치지 않도록 구속력 있는 국제 금융시장 통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개도국 입장에 동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제프리 삭스 하버드대학 교수 등은 IMF의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했다. 이에맞서 스탠리 피셔 IMF부총재는 그 어느때보다 격앙된 목소리로 "IMF에대한 비판은 중단돼야 한다"고 항변했다. 세계화의 부작용 극복 방안 =참석자들은 세계화가 이미 거스를 수 없는대세가 됐음을 인정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경제의 세계화(globaliztion)"라는 용어 대신 "경제의 세계성(globality)"이라는 용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참석자들은 현재의 세계화 체제가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현재의 세계화 체제는 "야수의 얼굴을 한 세계화"라는 암묵적 비판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등 개도국 지도자들도 "세계화의 진행과정에서 개도국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대화를 촉구했다. 이에대해서는 선진국들도 비교적 동정적 반응을 보였다. 슈뢰더 독일총리는 "선진국들이 최빈국들의 부채를 탕감해 주자"고 제안했다. 또 앨 고어 미국 부통령도 "내년도 예산에서 14억달러를 개도국 부채탕감에배정하겠다"며 다른 선진국들과 IMF의 동참을 요청했다. 아시아 경제 재건 =지난 1년반 남짓 극심한 경제난을 겪어온 아시아 경제는 올해부터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가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는게공통된 견해였다. 리콴유 싱가포르 선임장관(전총리) 등 아시아측 참석자들조차도 "아시아에또 한차례의 기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하버드대학 국제개발연구원(HIID)은 이번 회의에 제출한 "아시아경쟁력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30개 대책을 제시했다. 특히 가장 힘써야 할 장기적 과제로 교육의 질 등 "사회적 소프트웨어"의 개선을 권고한 점이 주목을 끌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3일자 ).